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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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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응모, 역대급 정답률

614개 엽서 중 526개가 퀴즈 만점… 뜨거운 응원도 감사합니다
등록 2020-02-22 23:14 수정 2020-05-0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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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렸습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많은 엽서를 받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까요. 출근길에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안내데스크에 들르면 경비노동자인 정명철씨는 제게 등기로 부친 엽서 한 뭉텅이를 안겨줬습니다. 같은 층에 있는 우편함을 열면 또 다른 엽서 한 뭉텅이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첨자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엽서가 줄어들어 아쉬운 건 저였습니다. 유효기간을 넘겨 도착한 독자님들의 손편지를 읽으며 남은 아쉬움을 애써 달래야 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추첨

이번 설 퀴즈큰잔치에는 모두 614통의 엽서가 도착했습니다. 지난해 한가위 때 온 500통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언젠가 퀴즈큰잔치 문제가 어려웠던 기억에 “하다가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던 원*형 독자님도 이번에는 완주했습니다. “퀴즈가 더 쉬워진 듯합니다” “가족끼리 퀴즈 답 맞히는 게 너무 즐거워요”라는 칭찬은 출제위원장을 춤추게 했습니다. 레고 블록 같은 멘사 문제를 기억하는 독자님들도 있었습니다. “퀴즈가 쉬워서 재미가 줄었습니다”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쉬운데 재미까지 있는 문제를 내기란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루라도 일찍,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게 등기우편으로 부친 독자님도 많았습니다. 응모 요령에 등기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미리 친절하게 적었다면 조금이라도 독자님들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았을까 반성해봅니다. 택배 상자에 엽서를 넣어 보낸 홍*헌 독자님, 서류 봉투에 엽서를 담아 보낸 구*욱·정*화 독자님, 편지 봉투에 이중으로 넣은 정*우·박*주·김*범·배*인·김*영·문*·박*도 독자님도 감사합니다. 비에 젖지 않게 엽서를 비닐이나 테이프로 감아 보낸 방*진 독자님께도 감사합니다.

은 지난해 한가위 퀴즈큰잔치부터 엽서에 담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정성과 효율성을 더 높였습니다. 추첨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공정하게 진행했습니다. 미리 정보를 입력한 덕에 응모자 빅데이터 분석도 가능했습니다. 응모자를 연령별로 보면 40대(31.1%), 50대(29.8%), 30대(17.2%) 순으로 많았습니다. 최고령 응모자인 82살 배*인 독자님은 “한결같이 건필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최연소 응모자는 11살 이*별 독자님이었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사진 촬영하는 분 대단해요!”라고 칭찬했습니다. 엽서의 ‘펭하! 이거 정답 진짜 맞뜹니까’라는 제목은 11살 독자님에게 “취·저”(‘취향 저격’ 줄임말)였답니다.

엽서 밑에는 직업을 적는 항목도 있었습니다. 사무직이라고 적은 독자님이 159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교사(110명)가 뒤따라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독자님들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그 미래를 한 걸음 더 끌어올 수 있는 지속성”을 함께 고민했고 “취업이 잘되는 몇 안 되는 직업에 매달리느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소홀한 학생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기후변화, 소수자 기사를 써달라

이번 설 퀴즈큰잔치부터 직업 항목에 ‘기타’란을 새로 만들어보니 그동안 분류되지 못한 다양한 직업이 등장했습니다. 비영리단체 활동가, 마을 활동가, 목사, 문화기획자, 사회적기업가, 숲해설가, 시인, 작가, 주차관리원, 학교 비정규직, 프리랜서 통·번역가, 학원 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독자님들이 을 아껴주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엽서를 손질해가겠습니다.

독자님들이 주로 본 기사는 무엇이었을까요? ‘마녀들의 씐나는 작당’(제1294호)을 가장 많이 추천했습니다. 지역에 살거나 귀촌, 귀농에 관심 있는 독자님들의 갈증을 달래준 기사였습니다. 많은 독자님이 지역에서 “소소한 변화를 끌어내는 아름다움”에 공감했습니다. 올해 연중기획으로 ‘지역에서 변화를 꿈꾸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어 ‘채식급식 해주세요’(제1290호)도 많이 꼽았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학교나 직장에서의 급식이 육식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때”라고 곱씹었습니다.

다양한 기사도 요청해줬습니다. 기후변화가 대표적이었습니다. 기후 문제와 계층의 관계, 에너지 과잉 사용, 자연보호, 인류의 생존 가능성 등까지 기후 문제는 다양하게 가지를 뻗어갔습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사각지대’ 등 독자님들이 에 요청한 공통된 열쇳말이었습니다. 올해 첫돌이 된 후원제를 응원해준 독자님들도 있었습니다. 정* , 임*섭, 고*완 독자님의 말처럼 “저널리즘의 실험”으로 “정론·직필”하며 꿋꿋이 나가겠습니다.

이번 퀴즈큰잔치 십자말풀이의 세로 풀이 11번 문제에 오류가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전체 정답률은 85.6%로, ‘선방’했습니다. 그래도 문제 풀이에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오답은 주로 해결책(가로 풀이 24번 정답)과 책방(세로 풀이 25번 정답)에서 나왔습니다. 추석에는 더 쉽고, 더 재밌는 퀴즈큰잔치로 독자님들을 찾아가겠습니다. 경품이 “비건(완전 채식주의)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 등 정보기술(IT) 관련 경품이 더 다양했으면 한다”는 독자님들의 제안을 어떻게 반영할지 더 고민하겠습니다.

정답률 100%를 향하여

에 와서 세 번의 명절을 지내고 네 번째 명절에 퀴즈큰잔치 출제위원장이 됐습니다. “설 퀴즈큰잔치로 또다시 한 해가 시작됐음을 느낀다” “한해 한해 나이 듦을 실감합니다”라는 독자님들의 말처럼 출제위원장을 맡은 저도 에서 독자님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실감했습니다. 응모해준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제 전 다음 출제위원장을 위해 전 출제위원장에게서 건네받은 매뉴얼을 새로 손질해보려 합니다.

출제위원장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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