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서울, 어쩌다보니 금요일 저녁이라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3월13일 후원제 돌잔치에 오시긴 아무래도 힘드시겠어요.” 후원독자 임영민(31·사진)씨 답하는 목소리가 밝고 힘찹니다. “아니요, 신청했어요. KTX로 한 시간이면 가요.” 임씨는 강원도 횡성 군청에서 일합니다. 군청 소송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처음 후원제 소개 기사를 봤을 때, “실은 그냥 별생각 없이 넘겼습니다. 서너 번쯤 후원한 사람들 이야기를 읽다가 떠올렸습니다. 처음 을 만났던 곳, 대학 때 학교 도서관입니다. 열람실과 카페의 중간 느낌이랄까, 잠깐 쉴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에 있어요. 거기 이 진열돼 있어서 공짜로 봤죠. 공정하고 깊게 사회를 보게 해주는 글들을 감사히 읽다가 직장인이 되고 이제는 구독해야지 싶었고, 돈 한 푼 안 들이고 얻었던 것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좀더 돌려주자는 마음에 후원도 하기로 했어요.”
“스펙 하나 없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불안했던 고민의 시간을 지나, “수험 이외에는 일절 고개 돌리기 어려웠던” 변호사 시험 준비 시절을 거쳐, 이제 어느덧 직장인 2년차입니다. 여느 20대처럼 불안과 준비의 시간을 혹독히 치르고 나온 세상이 아직 그럭저럭 만족스럽습니다. 평일 내내 연고 없는 횡성에서 여러 이해관계를 조율하느라 분주해도, 서울로 돌아와 보내는 주말의 행복을 책임질 공간과 재밋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다시, 학교 도서관입니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졸업생도 도서관 출입이 가능해요.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좋아해서 소설책 한 권, 사회과학책 한 권, 그리고 한 권, 이렇게 세 권을 손가방에 챙겨요. 도서관 가서 번갈아 읽고, 캠퍼스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그 시간이 정말 좋아요.”
그렇게 읽은 기사의 목록을 되짚어봅니다. “은폐된 산재 기사(제1298호)를 읽는데, 왜 은폐의 유인이 생기는지, 해결하려면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할지 종합적으로 전해준 게 좋았어요. ‘내 표의 최고 가성비를 찾아라’ 기사(제1297호)는 각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어떻게 투표할지 따져보는 방식이 흥미로웠고요. 짧은 온라인 기사에 감흥을 잘 못 느끼는데 은 다양하고 종합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게 역시 좋아요.”
막상 읽고 돌아보면 주변에 읽는 사람을 점점 찾기 어려워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어쩌면 대학 시절 자신처럼 공짜로 집어든 을 사회인이 돼서도 큰 의미로 기억할 후배들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봤답니다. “다 읽고 학교 어딘가 떨궈놓고 올까 싶었는데, 그럴 만한 장소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에 바라는 바 물었습니다. “지금 이대로만.” 짧지만 묵직한 바람이 전해집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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