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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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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부동산 나라를 파헤쳐주세요

“언론에 힘이 되고 싶어” 정기 후원하는 부동산중개업자 이아무개씨
등록 2020-02-09 04:37 수정 2020-05-0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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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투기세력 때문에 고통받는 이웃이 너무 많아요. 이 꼭 다뤄주세요!”

2월6일 저녁 7시께, 30분 넘게 통화했던 정기 후원자 이아무개(53·여)씨가 전화를 끊은 지 한 시간도 안 돼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답니다. 그는 자신이 말솜씨가 없어 독자들이 “ 후원자는 편향적이구나”라며 실망할까봐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2019년 10월부터 을 정기 후원한 그가 후원을 결심한 이유는 “힘이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기자들이 위축되지 말고 올바른 길을 걸으라는 바람이었습니다. “음료수 한 잔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지만, 자본과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려 할 때 을 지켜주는 작은 힘이 되고 싶었어요.”

후원은 그가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하나의 방식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기사에 처음으로 댓글도 달았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에도 참여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해보자는 시도였습니다. “정의사회 실현에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뿐만 아니라 도 후원하고 있어요. 기자 정신에 입각해 위험을 무릅쓰고 쓴 기사를 보고 기자를 직접 후원한 경우도 많아요.”

독자든 후원자든 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비슷했습니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어요. 하지만 언론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투명하면서 독립적인 수익이 필요하죠.”

아쉽게도 3월13일 열릴 ‘2020 후원자와의 만남’에서 그를 만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수줍음이 많은 그는 끝까지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후원자와의 만남에서 검찰개혁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모임에 잘 안 나가는 편이에요. 그래도 우리가 어느 수준까지 검찰개혁을 원하는지 의견을 나누고 정리해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그는 아파트 투기세력에 대한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최근 1인 법인이 아파트를 매입해 집값을 끌어올리는 교란 현상까지 일어났답니다. 에 새로운 과제가 생겼습니다. “법인이 아파트를 사고팔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건 명백한 투기예요. ‘1가구 1주택’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순응해 사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좌절과 상대적인 박탈을 느끼고 있어요. 이상한 사회가 돼버린 것 같아요. 에서 꼭 부동산 문제를 다뤄주세요!”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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