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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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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등록 2014-10-14 15:03 수정 2020-05-03 04:27

10월9일은 특별했다. 기자들에겐 그저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가는 ‘목요일’에 불과했지만. 징검다리 연휴 기회를 제공한 천금 같던 한글날이었으며,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는 독자 이기수(40)씨에겐 결혼기념일이었다. 친구 소개로 아내 황서영(37)씨를 만나 9년 전 10월9일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 유찬이까지 세 식구가 알콩달콩 살고 있다. 기념일까지 챙겨 전화를 걸었을 리 만무하건만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독자님은 “단박인터뷰가 결혼기념일 선물 같아 놀랍고 기쁘다”고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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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저녁에 전화드려 죄송하다.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있나.

=식구들과 함께 캠핑장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는데 보러 온다는 사람이 있어서. 네 정거장 떨어진 외곽으로 이사갈 예정인데, 아내의 출퇴근 거리가 좀더 가까워질 것 같다.

-혹시 무슨 일을 하시나.

=경기도 의정부 상우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친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아내도 영어 과목 교사다.

-요즘 학교 분위기는 어떤가.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계층화가 고착돼 있다. 공부 때문에 바쁜 학생도 있지만, 집안 환경 때문에 7~8시간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면 공부는 언제 하나.

=학교에 와서 하루 종일 자는 거다.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미리 체념하고 있다. 해봤자 뭐가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함이다. 서울 중랑구 학생들도 이런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도 기사로 다뤄달라.

-교사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은 언제부터 보게 됐나

=2004년 정교사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돼서 구독 권유 전화를 받았다.

-10년째 구독 중인데 끊지 않은 까닭은.

=무식해지지 않기 위해서. 사회 교사인데 사회가 돌아가는 건 알아야 하지 않겠나. 아직도 본다고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반대쪽 의견도 많이 실어주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아내에게 사랑하다고 전해달라. 아들 이름이 이유찬이다. 아들아! 엄마·아빠가 사랑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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