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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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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좋아하는 여자

등록 2013-11-16 12:19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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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정기구독 사은품으로 12주 구독권이 딸려왔다. 추석 때 처음 배달된 의 ‘한가위 퀴즈큰잔치’를 보고 서둘러 풀었다. 취업준비생 최재열(25)씨가 2013년 들어 최고로 집중한 일이다. 결과는 남성 화장품 세트. “‘어차피 안 될걸’이라며 불가능을 점쳤던 아빠에게 의 투명성을 보여줬다.”

-퀴즈 어렵지 않았나.

=인터넷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포털에서 검색하면 추천 검색어로 문제가 다 떴다. 인기가 대단하구나 싶었다. 경쟁률도 높을 것 같고. 하지만 오빠랑 엄마랑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며 나름 재밌었다.

- 구독을 올해 시작한 이유는.

=지난 2월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마사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필기시험에 영어, 상식, 전공이 있어 신문을 구독하려고 했다. 아빠가 를 추천했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던 것과 확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어떻게 다른가.

=인터넷 기사는 대충 제목만 읽고 어느 때는 댓글만 읽었다. 신문을 읽으니까 사실과 근거를 알게 되고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스트레이트와 해설, 사설까지 읽으며 내 생각을 가다듬게 된다.

-은 어떤가.

=신문을 보니까 현안보다는 소소한 이야기에 끌린다. 만화 ‘올스타빌 사람들’이 재밌다. 985호 포토² ‘회춘의 꿈을 깎는 목공소’도 좋았다. 70살 이상 어르신이 나무를 자르고 깎으며 성취감을 얻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돈을 많이 벌지는 않더라도 일하는 재미를 느끼는 삶이 부러웠다.

-재열씨에게 재밌는 일이 축산인가.

=그렇다. 어려서부터 농촌을 좋아했다. 엄마·아빠의 고향(충남 서산)에 가면 밤을 따고 달래를 캐며 하루 종일 즐거웠다. 대학 갈 때 농대면 무슨 과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공기업에 취업하려는 이유는.

=긴 얘기를 짧게 하자면 부모님과 오빠가 건강이 좋지 않다. 사실상 내가 가장이다. 공기업에 가더라도 전공은 살리고 싶어 마사회를 선택했다. 사무직이지만 말을 키우는 농가를 관리하거나 교배할 때 지원하는 일을 한다. 교육도 있으면 가고.

-농업의 미래는.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토불이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농촌과 도시의 직거래가 많아지니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생기기 마련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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