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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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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3호를 읽고

등록 2013-08-20 18:03 수정 2020-05-03 04:27

임성용 충공깽!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

표지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등 인상 깊었던 범죄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너무 생생해서 외려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받았다. 5개월 임신부를 폭행하고, 아주머니들에게 똥물을 먹이고, 사람이 들어 있는 건물을 중장비로 철거한다. 중범죄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엄연한 기업체를 가장해 떵떵거리고 살았다니 말 그대로 ‘충공깽’(‘충격과 공포다, 이 그지깽깽이들아’)이다.


973호

973호

정진희 국제적 코미디

국제적 코미디에 시대착오다. 정치 ‘촛불, 국정원, NLL? 차라리 외신 보세요’에 나오는 말이다. “6월25일 공개된 대화록에 폭탄은 없었다.” “보수파 지도자는 국가정보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대다수 언론과 지지층의 지원 속에서 이를 덮느라 고생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외국 신문을 볼 수 있고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 ‘South Korea’의 이미지는 이런 기사를 봤을 때 ‘아, 그 나라 이렇지’일까, ‘그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일까.


K군 정기준의 호통과 이도의 희망

문자와 인터넷의 보급은 우리에게 한줄기 빛을 선사했다. 알고 싶은 정보와 지식을 누구라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따르듯,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무엇을 알아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진정 중요한 사안들이 단순히 자주 언급되는 사안들로 인해 희미해져가는 것을 막기도 어렵다. 정치 ‘촛불, 국정원, NLL? 차라리 외신 보세요’는 다른 의미로 따끔하게 다가온다. 불현듯 “글자로 지혜를 갖게 된 백성은 더 많이 속게 되고 이용당하게 될 것”이라던 정기준의 호통과 “속고 지더라도 지혜로 지혜를 모색해갈 것”이라던 이도(세종)의 희망이 교차한다.


구혜림 “사회에 섞이고 싶다”

소비는 헛헛하다. 뭘 해도 돈·돈·돈, 돈을 쓰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부족한 자원의 기회비용과 희소가치를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그 기준이 항상 돈으로 수렴되는 것은 폭력적인 현상이다. 중·장년 노동인력을 다룬 특집을 통해 돈이 파생하는 여러 가지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사회에 섞이고 싶다’라는 재취업 노동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돈을 번다는 것은 먼저 사회 속 관계 안에 있고 그 망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건강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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