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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역도연맹 누리집을 들여다봤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나 그 이전부터, 돌 과 같은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경기가 있었답니다. 한편 중세에 접어들면서, 독일에서는 힘자랑으로 돌 던지기가 있었고요. 근대적인 역도 경기가 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부터…’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나갈 줄 아셨나요?
파토스님 질문을 보면서,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요.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 갈 무렵이었습니다. 진도도 다 나갔고, 딱히 할 것도 없 고. 어느 학교에나 한 분쯤 계시는 수학교사 ‘매드도그’ 선생께서 간만에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오늘 하루는, 마, 어떤 질문을 해도 괜찮습니다. 궁금한 거 있 으면, 뭐든 물어도 좋겠습니다. 자, 1번~!”
교실 맨 앞부터 차례로 한 놈씩 일어나 공손히 질문을 하 고, 용케 맞지 않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 었지요. 이윽고 평소 ‘난지도’란 별명으로 통하던 녀석 차례가 됐습니다. 갑자기 교실 안에 긴장감이 흐릅니다. 다들, 뭔가 일이 터질 것이란 걸 직감했기 때문이 죠. 겨울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교실에선 곧 먼지가 날 겁니다.
“근데, 지구는 왜 돌아요?” “지구는 왜…, 나오세요. 이리 나오세요. 이리, 이리.”
역도는요,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려 그 중량을 겨루는 경기거든요. 체급을 나눠 겨루는데요, 들어올리는 방식에 따라 용상과 인상, 그리고 두 무게를 합산한 것 으로 승패를 가려요. 역기를 왜 들어야 하냐고요? 그게, 경기 규칙이거든요. 올 림픽에 나간 선수가, 무대에 올라 역기를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으면, 그거 많 이 이상한 거거든요.
참고로 장미란 선수는요, 중3 때 모든 다이어트 방식에 실패한 뒤 역도를 시작했 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런던올림픽 때 장 선수 어머니 이현자씨가 하신 말씀이에 요. 장 선수는요, “그때부터 한동안 엄마하고는 말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공을 정해진 구멍 또는 바구니 또는 문 안으로 집어넣는 이유요? 그런 걸 ‘구기 종목’이라고 하는 건 잘 아시잖아요. ‘구멍’에 넣는 대표적인 종목은 골프고요, ‘바구니’에 집어넣는 것으론 농구가 있지요. ‘문’ 안으로 밀어넣는 건 축구를 떠 올리시면 되고요. 각각 왜 그래야 하느냐고요? 그게, 경기 규칙이거든요.
제 앞자리에요, 한때 잘나가는 스포츠평론가였던 ㅅ형이 앉아 있는데요. 그 형 한테도 물어봤거든요, 문답이 대충 이런 식이었어요.
“역기는 왜 들어?” “역기가 거기 있으니까.”
“공은 왜 구멍에 넣는 거지?” “재밌거든.”
대답이 충분히 됐지요? 잘 아시잖아요. 등산을 하는 이유는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인 거거든요. 여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컴퓨터 화면 앞에 뽀얗게 먼지 가 내려앉고 있네요. 비 오는 날과 먼지의 상관관계, 파토스님도 잘 아시지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는 거거든요.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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