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964호 표지
소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공공연하게 펼쳐졌다. 믿기지 않지만, 검찰이 들이닥치자 경찰이 증거분석 자 료를 지워버렸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역사는 늘 지우려는 자들로부터 자유롭 지 못하다. 나라를 팔아먹은 기억도, 쿠 데타를 일으킨 기억도, 시민들을 때려 죽인 기억과 폭력으로 통치하던 기억, 폭력에 기생하던 정·언·경의 기억도 모두 지우려 한다. 점점 우리의 기억은 ‘디가우싱’되듯 옅어지는 것 같다. 매국 과 반역, 폭력과 부패가 매번 지워지고, 그래서 더 반복되는 이 땅에서, 기억해 내려는 자의 투쟁은 참 모질지 않은가.
조선 이전 연구자는 빈약한 사 료 때문에 고생하고 조선사 연구자는 방대한 사료로 골머리를 썩는다는 얘 기에 웃은 적이 있다. 오, 실록이여. 한 국 영화 아카이브에서 일할 때도 수 집·보존된 영상자료의 유통을 위한 부 가시장 및 콘텐츠 개발이 주간회의의 주제가 되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시중 은행 콜센터로 전화해도 3분 남짓의 통화 내용이 모두 녹취되는 시스템이 다. 그런데 법으로 보존을 의무화한 국가기록이 이렇듯 천박한 대우를 받고 있다니! 기록문화의 단절이 가장 위험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핀란드의 협동교육에 대한 다큐 멘터리를 봤다. 경쟁을 강조하는 우리 의 환경에서, 협동이 더 실용적이어서 경쟁이 없는 교육을 한다는 말이 꽤나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최근 들어 시 장 원리와 경쟁이라는 요소가 교육에 더욱 스며들고 있는 듯하다. 일제고사 와 국제중, 자사고 역시 그 일환일 것이 다. 노 땡큐 ‘일베, 상처받은 이들의 인 정욕망’에서 말하듯 경쟁을 강조할수 록 ‘일베’로 대변되는 그 부산물은 커지 는 것 같다. 백년지대계 교육에 대한 재 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두둥! 30년 전 얘기 인가? 아프리카 어느 나라 얘기인가? 물론 30년 전 사고방식을 가진 분이 하 신 일인 것 같긴 하다. 다른 나라 보기 부끄럽다. 표지이야기는 ‘기록상실의 나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삭제하면 안 된다는 거 아셨으니 이제 안 그러 시리라 믿는다. 특집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대통령이 꼭 결단하시리라 믿는 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밀실정치 이런 거 다 알려졌으니 이제는 꼭 고쳐 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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