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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죠. 입안으로 음식물이 들어갑니다. 식도를 타고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등 소화기관을 거치며 주물럭주물럭하는 운동 속에서 소화가 됩니다. 찌 꺼기가 된 ‘나머지’는 직장과 항문을 거쳐 다시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이 통로는 실질적으로는 ‘몸 안’이 아니 라 ‘몸 밖’과 같은 공간이라고 봐야 하겠죠. 다시 말해, 똥은 소화기관을 거치며 음식물의 형태가 변한 것뿐이지, 어디에 들어갔다 나온 게 아닙니다.
방귀도 대부분은 마찬가지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몸 안 공기의 배출’이 아니라 ‘몸 밖 공기의 순환’으 로 봐야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자 료를 보니, 방귀의 성분 가운데 70%는 입으로 들 어간 공기이고, 10%는 음식물이 소화·분해되면서 고체에서 기체로 변한 가스라고 합니다(20%는 혈 액에 녹아 있던 가스).
이 중에서 냄새를 결정짓는 건 음식물이 변해서 생 긴 10%입니다. 소화기 내 세균들의 활동으로 수소와 메탄가스가 생성되는데, 음식물에 포함된 유황이란 성분과 결합하면서 고유의 악취가 만들어집니다. 결 국 수소와 메탄가스를 줄이면 악취가 줄어든다는 얘깁니다. 육류 및 콩단백질 을 좀 덜 드시면 됩니다. 하지만 냄새를 없애는 건 불가능합니다. 음식물 분해 과정에는 부패 작용이 반드시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내 방귀는 냄새가 없어”라고 하면, 그분의 코 상태를 먼저 의심하시기 바랍니다.
방귀 소리는 우선 항문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항문은 대동소이하지만, 치질 같은 항문 질환은 확실히 소리에 영향을 줍니다. 자세도 영향을 줍니다. 물론 주 는 힘의 크기도 소리에 영향을 줍니다. 이치는 간단합니다. 기체가 나오는 구멍 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원리는, ‘손방귀’나 ‘배방귀’ 등 각종 ‘방귀 유사행위’ 또는 금관·목관 악기, 하모니카 등 악기와도 다르지 않습니다.
차라리 방귀가 나와서 공기에 희석되면 인체에 해가 될 요소는 거의 사라집니 다. 제때 순환되지 않고 장기에 남아 있으면 문제가 됩니다. 변이 체내에 쌓이면 유독가스가 발생합니다. 가스의 상당 부분은 체내에 흡수되지만, 일부는 장기 에 남아 연동운동을 방해하거나 통증을 유발합니다. 심지어 심장을 압박해 심 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주위에 방귀 참느라 얼굴 노랗게 뜬 분 있으시면 얼른 해결 기회를 주세요. 부부나 연인은 이참에 ‘트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냄새가 심하다고 해서 건강 상태를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치질 치료 경 험이 풍부한 한 항문외과 의사는 “방귀 냄새는 건강 상태와 상관이 없다. 정 대 장 상태가 궁금하면 채변 검사나 내시경 검사를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이 선 생님, 이런 얘기도 덧붙입니다. “치질 검사하면서 보면 직장에 똥이 오랫동안 남 아 있는데 환자 본인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는 냄새가 얼마나 심하겠 나. 섬유소 많이 드시고 쾌변 보시길 권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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