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1호를 읽던 날, 내 책상엔 수많은 업무 관련 창들이 마무리되길 바라며 열려 있었다. 차근차근 진행해야 하는데 마음만 앞서고 당최 일이 되지 않았다. 그즈음, 무슨 일을 해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이게 최선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표지이야기는 ‘이런 고민을 겪는 게 나뿐이 아니며 충분히 대응 가능하구나’라는 위안과 희망, 그리고 해결 방법을 구체화할 수 있던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김연철의 협상의 추억’을 읽고 희망을 보았다. 1970년대 초반 반공의 아이콘이라던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가 중국과 성사시킨 대화. 상황이 아무리 좋지 않더라도 대화는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을 보면 대화의 성과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남북은 상황이 더 나쁠지 몰라도 대화의 필요성은 그때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래 가진 게 많은 쪽이 잃는 것도 많은 법이다. 굳이 해외투자 유치와 국가 신용등급을 언급하지 않아도.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말에는 결사반대인가.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검사 선서문을 보자니, 사회의 일원으로서 감사한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뒤이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꽃처럼 피어난다. 이 나라에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이 선서를 가슴속에 묻어둔 수많은 검사가 있을 것이다. 임은정 검사의 외로운 분투가 시작되었다. 그 진실하고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핵에 대한 의존은 국경을 초월한다. 남한의 핵연료는 비과세 품목이고 북한의 경수로는 외교의 장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파워풀한 무기다. 합리적인 선택으로서 통일을 기대한다. 실크로드의 최대 유적은 그 ‘길’이라고 한다. ‘김연철의 협상의 추억’ 마지막 대목이 마음을 찌른다. 외교를 안다는 것은 대화의 채널을 관리하고 상대국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개성공단의 경제적 역할과 외교적 완충 역할을 생각한다면, 대북사업은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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