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957호 표지
사람들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모든 공동체는 ‘함께 잘살자’는 암묵적 동의를 바탕으로 탄생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성군이라 칭송되는 지도자는 이 뿌리 깊은 암묵적 동의를 읽어낸 사람이었다. 그에 반해 사람들을 탄압한 독재자나 기득권을 대변한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박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도자라기보다, 탐욕에 찬 기득권의 일원이었을 뿐이다. 초점 ‘대처리즘은 살아 있다’에 나오듯, 타계한 대처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지점도 이쯤인 것 같다. 그는 영국의 지도자였을까, 강자들의 우두머리였을까.
유죄로 지목된 이상 무죄임을 주장하기 어렵다. ‘무죄와 벌’ 기획 연재 내내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수사 잘 받는 방법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가이드를 읽으며, 적어도 선택할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대처가 남긴 영국과 클레르크와 만델라가 남긴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공공의료원과 긴장에 처한 남북관계를 읽는다. 인간의 조건은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경악스러운 미래, 설마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으로만 기록되는 건 아니겠지.
인터뷰 특강 ‘새로고침’에서 박래군 선생의 강연을 들은 뒤라 그런지 957호가 오자마자 ‘박래군의 인권이야기’부터 읽었다. 에바다에서 비리재단이 물러나고 학교가 정상화될 때까지의 과정을 읽으며 비단 에바다 한 곳만의 사건이 아니라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아픔과 생명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과거의 에바다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이었을지 모른다. 이 무거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병원에 갔다. 머릿속이 울리는 듯 아프고, 속이 메스꺼웠다. 의사가 물었다. “요즘 몇 시간이나 자요? 밥은 제때 먹나요?” 그러고 보니 며칠째 잠을 푹 잔 기억이 없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빵, 저녁은 밤늦게 폭풍 야식. 운동은 숨쉬기가 고작이었다. 의사는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 좀 하세요” 하고 끝. 진료비도 받지 않았다. 김현정의 천변 진료실 ‘의사도 당한다’에서 말한 건강강박증에 대한 답도 한 가지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보약이라는 것. 너무 많은 병을 알아버린 현대사회에서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치료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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