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대통령도 짜장면 배달시키나요?

등록 2013-03-03 17:26 수정 2020-05-03 04:27
대통령도 짜장면 같은 배달음식을 시켜 드시나요?(독자 차만준)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도 음 식 배달 시킬 때가 있다’입니다. 다만 평민들이 시켜먹는 ‘배달음 식’은 아닙니다. 배달음식을 따지 기 전에, 대통령의 식생활 전반 을 먼저 살펴봅시다. 청와대에도 주방이 있고 요리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평소 대통령이 먹는 음식을 만듭니다. PC방에서 면식 수행하거나 싸구려 정크푸드 야식으로 연명하는 20대 초의 요리에 관심없는 남자 사람과 식생활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친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적 도 있죠. 테러리스트가 대통령의 밥에 청산가리를 넣을 수도 있고, 간첩이 과산 화수소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식관’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먹을 음식 이 안전한지 검사하는 공무원입니다. 조선왕조의 ‘기미상궁’과 비슷합니다. “(진 지) 잡수십시오”라는 말은 기미상궁이 독이 없음을 확인한 뒤 “젓수십시오”라 고 말한 데서 기원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맛은 털털하고 까다롭지 않다는 게 중평입니다. 이 대통령이 주로 된장찌개와 우거짓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고 2009년 한 춘추관 간부는 밝혔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을 포함해 20년 이상 이 명박 대통령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중년 여성 요리사가 만든다는군요.

서울 시내 특급호텔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한 호텔리어의 증언을 종합하면, 전 두환 정권 당시 청와대 검식관은 호텔 주방장 사이에서 ‘깡패’로 통했다고 합니 다. 밥맛이 마음에 안 들면 권총을 꺼내 손잡이로 정수리를 사정없이 쪼았다는 군요. 갈비탕에 들어가는 갈비는 오와 열을 가지런히 맞췄답니다. 갈비 모양이 들쭉날쭉해 오와 열이 맞지 않는 경우, 고기와 뼈를 발라 크기와 모양을 다듬은 다음 뼈와 살을 다시 붙였다고도 합니다.

각설하고,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도 가끔 외부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본인의 단골 식당 음식을 맛보려는 이유도 있었고, 대규모 행사 음식이 필요할 때도 외부에서 배달시켰습니다. 미식가·대식가로 유명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단골 전라도 음식점에서 짱뚱어탕·매생잇국 등을 종종 시켜먹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닙니다.

대통령 말고 다른 청와대 부서는 어떨까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봅시 다. “기본적으로 청와대로 들어오는 택배 등 외부 물품은 전부 검색 과정을 거 친다. 청와대 부서 가운데 가장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는 곳은 춘추관(기자실) 이다. 기자실은 일상적으로 마감이 바빠 시켜먹는 경우가 많다. 춘추관 외에 청 와대 부서에서 음식 배달을 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직원 생일 파티 등 특별한 날에 피자나 치킨 같은 배달음식을 시키는 일이 가끔 있다. 그때도 배달원이 직 접 청와대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한다. 청와대 영풍문 앞에 배달음식이 도착하 면 주문한 직원이 나가서 직접 들고 온다. 물론 음식물은 철저히 검색한다.”

춘추관은 청와대 안에 있지만 비서실 등 청와대 본건물과 격리돼 있습니다. 상 대적으로 배달음식 시켜먹기 편한 곳입니다. 대통령도 음식 배달을 시키긴 하지 만 급이 다릅니다. 서민들에게 배달음식이 일상이라면, 대통령에게 배달 음식은 ‘서민 체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