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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소리는 왜 나나요?

등록 2012-11-28 11:14 수정 2020-05-03 04:27
지난번 에서 특집으로 다룬 ‘1일1식’을 잘 읽었습니다. 대학생인 저는 공복일 때 집중이 더 잘된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기에 1일1식에 절실히 동참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큰 난관이 있으니 바로 꼬르륵 소리입니다. 혼자 있는 공부방에선 상관없지만 도서관에선 특히 눈치가 보입니다. 꼬르륵 소리, 어떻게 안 될까요?(독자 J)
김명진 기자

김명진 기자

꼬르륵 소리는 뱃속에 차 있는 공기와 위액을 장운동이 연주하며 울리는 합주입니다. 보통 때도 배에 귀를 대보면 장운동이 연주하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공복 상태에선 이 소리가 빈 공간과 위액을 머금고 더욱 커집니다.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꼬르륵 소리가 잘 나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입을 모읍니다. 배고픔을 잘 느끼고 규칙적으로 밥을 먹는 사람들의 배꼽시계는 때맞춰 우렁차게 울어댑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소리가 크거나 배가 아프거나 화장실에 자주 간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추가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뱃속에서 나는 소리를 적극적인 진단 근거로 삼는 편입니다. 장이 운다고 해서 ‘장명’이라고 표현합니다. 한의학 내과 전문의 한동하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방적으로는 비위가 약하거나 손발이 찬 사람들, 예민하고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장명이 크다. 한마디로 수분 흡수가잘 안 되는 체질이다. 장과 장 사이에 수분 저류량이 높으면 뱃속 소리가 커지게 되는데, 기능성 위장장애를 진단하는 대표적 증상이 장명이다.” 특히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조용한 회의장에서 예민한 사람들이 느끼는 긴장을 뱃속 소리가 드러낸답니다.

흔히들 꼬르륵 소리가 심할 때는 물을 마시라는 상식에 대해서도 한의학은 좀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한 박사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앞뒤가 바뀌었다. 증상이 개선되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면 심해진다. 속을 따뜻하게 하는 생강·마늘·양파·부추 같은 음식을 즐겨 먹고 비위 기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복직근 강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당장 장명을 줄이려면 아랫배와 손발 등을 따뜻하게 하거나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것이 우선이다.”

을 쓴 일본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한 번 들리면 내장지방이 연소하고, 두 번 들리면 외모가 젊어지고, 세 번 들리면 혈관이 젊어진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공복에 대한 의학보고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지금 제때 식사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뱃속 시계는 더욱 크게 울립니다. 우리가 세끼의 신화를 좇아 너무 많이 먹고 있음을 자각하고 쉴 새 없이 서로의 구미를 당기는 텍스트들에서 벗어난다면 한결 자유롭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숟가락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한동하 박사도 “1일1식은 자연스러운 식사법이지만노동강도가 높은 사람들에게는 곤란하고, 고지방·고단백을 즐기는 태음인이라면 적극적으로 권할 만하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소음인은 가뜩이나 먹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데 무턱대고 끼니를 줄여버리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합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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