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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
정말 왜 그런 걸까요? 전국의 아주머니들이 파마머리로 단결이라도 한 걸까요? 이수연 독자님도 “중년 여성 대부분은 왜 짧은 커트 머리를 할까”라고 비슷한 질문을 해주셨네요. 같이 답해드릴게요.
가족앨범에서 본 옛날 사진이 기억납니다. 흑백사진 속 30대 중반의 어머니는 파마머리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근혜 언니’ 같은 헤어스타일이었죠. 느닷없이 어머니께 전화 드려 여쭤봤습니다. “엄마, 처음 파마한 게 언제야?” “그건 왜? 용돈 줄라고?” “… 그냥 머리 기르면 안 되나?” “나이 들어서 머리 길면 귀신 같아서 안 돼야~. 근데 돈도 없을텐데 계좌번호 알지?”
졸지에 효자됐습니다. 흔히 ‘파마’로 불리는 퍼머넌트 웨이브의 유래가 궁금했습니다. 퍼머넌트는 ‘영구의, 영속의’, 웨이브는 ‘물결’이라는 뜻. 모발에 전열기 등의 열이나 약을 사용해 장기간 웨이브 형태로 고정시키는 일, 또는 그 머리형을 말한다. 전자를 히트 웨이브, 후자를 콜드 웨이브라고 한다. 퍼머넌트는 독일의 카를 네슬러가 1905년경 런던에서 발표했고, 미국에서 1915년경 실용화되었으며, 유행한 것은 1922년경부터다. 일반적으로 줄여서 ‘펌’이라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 파마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37년이라네요. 한국 최초의 미용사 오엽주씨가 종로 화신백화점에 근대식 미장원을 연 것이 1933년이니까, 파마의 보급이 더딘 편이었습니다. 일제 시기 퇴폐 풍조로 금지되기도 했던 파마가 해방 이후 1950~60년대에는 ‘숯파마’로 진화하기도 했습니다. 전기가 부족했던 시절, 숯불에 파마 집게를 데운 뒤 은박지를 대고 머리를 마는 식이었죠. 잘못하면 ‘숯검댕이’가 될 뻔하기도 했다네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파마 비용은 비쌌습니다. 경력 50여 년의 미용 명장 이온숙(79)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우리네 아주머니들은 한번 파마를 할 때 풀리지 않게 최대한 뽀글뽀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아줌마 파마’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 80년대 전성기를 거쳐 오늘날 아주머니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이죠.
그렇다면 아주머니들이 파마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종종 가는 미용실 팀장님에게 물었습니다. “우선은 헤어스타일을 오래 유지하는 게 목적이죠. 파마를 하면 모발에 웨이브가 생겨 볼륨감이 커지고 커트 후 손질이 쉽거든요.” 결국 나이 들면 머리숱이 적어지고 모발에 힘이 없어지는데, 이를 만회하려고 파마한다는 것입니다. 별로 나이 들지 않았는데 머리숱이 적고 모발에 힘이 없어지는 K기자가 파마하는 이유를, 같은 처지이면서도 파마를 안 하는 또다른 K기자에게 파마가 필요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더군요.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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