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강재훈기자
Q. 흔히 “안녕” 하며 인사할 때 서로 손을 흔듭니다. 그건 언제부터 시작된 인사법일까요? 우리 고유의 문화인가요, 외국에서 들어온 풍습인가요? 정말 궁금합니다!(정희정)
A. 본인을 ‘지식에 허덕이는 대학생’이라고 소개하신 정희정 독자님, 반갑습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막막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취재를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비교적 쉬워 보이는 다른 독자님의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질문을 담은 전자우편에 느낌표가 무려 89번, 물음표가 15번이나 등장하더군요. 얼마나 궁금하면 이럴까. 친구들과 인사를 나눌 때마다 풀리지 않은 의문이 다시 뇌리를 스쳐가겠지요. 혹시 밤잠을 설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문화인류학·인지행동·민속학·비교문화 관련 교수 및 연구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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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어떻게 알아요?” 면박이 돌아왔습니다. “제 연구 분야가 아닙니다.” 교수님, 이건 제 취재 분야도 아니랍니다.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연구소에는 없네요.” 안타까움에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마감이 닥쳐옵니다.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에는 손을 흔드는 인사가 광복 이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 광범위하게 도입된 서양 문화라고 간단히 소개돼 있네요. 암살이 빈번하던 고대 로마에서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의미로 상대방에게 손바닥을 펼쳐 보였던 풍습이 이어진 것이라는 설도 있지요.
그럴듯하긴 한데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정말 손을 흔드는 인사를 하지 않았을까요? 성균관 고응배 의례부장은 “유교의 예법에 손을 흔들어 보이는 인사법이 기록돼 있는 사례는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큰절을 할 때 손의 위치가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있지만, 손을 흔드는 인사가 ‘법도’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거에도 손을 흔드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인사의 방식이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추정을 내놓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문화인류학과 교수도 “멀리 있는 누군가를 부른다고 가정하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겠느냐”며 “근거는 불분명하지만, 손을 흔들며 호의를 표하는 행위는 문화권을 초월한 일반적인 제스처일 수 있다”고 합니다.
하기야 그렇습니다. 인간의 신체 구조상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모종의 신호를 보내는 데는 손을 흔드는 게 가장 편할 겁니다. 머리를 흔들면? 두통이 오겠지요. 배를 흔들며 “안녕” 하면 오히려 기분이 나빠질 것 같네요. 엉덩이를 흔들면? 바보 같을 겁니다. 선배 기자 앞에서 앞의 인사법을 시연해봤습니다. 자괴감이 밀려오더군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뺨을 때리거나 얼굴에 침을 뱉으며 인사를 나누는 문화권도 있다지요. ‘문화’란 ‘상식’으로 섣불리 재단할 수 없는 상대적인 무엇일 테니까요.
충분한 답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 알고 있습니다. 이 질문은 저에게도 ‘영구 미제’로 남겠네요.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알아주세요. 저도 앞으로는 손인사를 보며 정희정 독자님과 같은 의문을 계속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독자님, 그럼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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