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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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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2-09-15 16:54 수정 2020-05-03 04:26

이정주 또 하나의 신창원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결정적으로 삐뚤어지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때였다고 한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 담임선생님한테 뺨 맞은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특집2 ‘체면 구긴 교과부의 보복’을 보며 왠지 그가 떠올랐다. 양극화와 동시에 사회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학교폭력의 수위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불안하다. 그런데 불안을 회피하려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규제와 엄벌만이 해법이라는 처벌만능주의에 빠져버린 건 아닐까? 또 다른 신창원의 탄생이 우려될 뿐이다. 누가 뭐래도 교육의 본질은 처벌이 아닌 용서와 사랑이란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전상규낙인찍기가 범인이다

‘묻지마 범죄’를 다룬 기사가 지적하듯이, 우리 사회는 낙인찍기를 통해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 문제로 간단히 치부해버리는 데 익숙하다.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시키면 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해고하면 된다.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내놓은 것 역시 문제아 낙인찍기를 통한 사회에서의 배제다. 어린 학생들은 지금껏 줄세우기식 경쟁을 통해 어렴풋이 느낀 ‘배제의 논리’를 이제는 아예 체화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어른이 되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별다른 고민 없이 모든 문제를 낙인찍기로 쉽게 해결하려 들 것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포용의 논리’를 학교에서 배울 순 없을까?

황소연 사랑의 매 따위 없어

특집2 ‘교육은 없고 엄벌만 있는 학폭위’가 기억에 남았다. 폭력에도 순기능이 있다고 우겨온 교육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야심찬 처벌만능주의가 가리키는 손가락은 과거로 향한다. ‘방관’의 폭력성을 포괄하는, 모두의 문제임을 일깨워줄 폭력 방지 교육이 절실하다.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인식 제고가 먼저다. 배려를 배운 적 없는 이들이 존중 없는 가르침에 설득될 리 없으니. ‘사랑의 매’ 따위의 사탕발림은 이제 듣고 싶지 않다. 폭력을 추억 내지는 ‘웃어넘길 일’로 기억하라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잘못은 너무 쉽게 실수로 희석되고, 상처는 점점 덧나고만 있다.

장슬기 조중연 회장 책임 맞다

축구선수 박종우 사태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S라인’ 정윤수 평론가의 칼럼이 인상적이었다. C일보의 관련 기사를 모두 찾아봤다. 조중연 회장 개인의 무책임이나 실수 정도로 일회성 사건으로 만드는 밋밋한 기사뿐이었다. 하지만 이 사태의 본질은 대한축구협회 행정의 구조적인 무능력과 연결돼 있다. 좀더 논의를 확장해보면 강자에게 비굴하지만 국민이나 부하 직원에겐 무책임한 한국 지도층의 모습이 이 사태의 본질이다. 박종우 선수가 ‘국민과 감독님들의 성원 덕분에 힐링이 되었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병 주는 사람, 약 주는 사람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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