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만 힐끔댔다. 전화기 주변을 맴돌았다. 드디어 약속한 오후 2시30분, 전화를 걸었다. 경기도 부천심원초등학교 5학년6반 윤채연(12) 독자가 받았다. 인터뷰 허락이 떨어졌다. 해냈다. 전날엔 오후 4시40분에 전화했다가 딱지를 맞았다. 여름방학을 맞은 채연이는 오후 2~4시에만 짬이 난다. 오전엔 학교에서 컴퓨터와 독서 수업이 있다. 오후엔 피아노와 영어 학원 차례다. 모두 당찬 채연이가 짠 계획이다.
-기자보다 더 바쁘다.
=엄마는 ‘요즘 초등학생치고 너처럼 펑펑 노는 아이가 없다’고 한다. (웃음) 힘들진 않다. 모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깐.
-대단하다. 독자는 초등학생도 다르다.
=9살 때부터 봤다. 부모님이 구독했는데 ‘노동 OTL’을 우연히 읽었다. 어디서도 못 보던 내용이었다. 그때부턴 (배송되는) 화요일만 기다린다.
-훌륭한 부모님이다. 기사가 잘 읽히던가.
=어렵다. 정치 기사는 정말 어렵다.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표지이야기는 안 본다. 정치 이야기를 주로 다루니까.
-다행이다. 이제야 초등학생으로 보인다.
=초등학생이니까 기사도 편식한다. 뒤쪽 ‘S라인’을 가장 먼저 본다. 다양한 스포츠 얘기가 나와서 좋다.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선 선수 기록만 다뤄 재미없다.
-혹시 기자도 편식하나.
=김남일 기자 팬이다. 재밌는 분 같다. 재밌는 비유를 잘 써서 딱딱한 정치 비판 기사도 쉽게 이해된다.
-재밌는 분 맞다. 최근 기억에 남는 기사는.
=다른 기자가 쓴 건데, ‘병원 OTL’이다. 병원엔 비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다 들춰냈다.
-커서 무슨 일을 할지 기대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예쁜 홈페이지를 만들 거다. 2년 전부터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데 적성에 잘 맞는다. 꾸미는 게 좋다.
-관심 분야가 넓다. 스마트폰도 잘 활용하겠다.
=옛날 휴대전화를 쓴다. ‘××콜’이다. 부모님이 절대 스마트폰은 안 사주신다. 사실 별로 가질 마음도 없다. 스마트폰을 가진 친구들이 하나도 안 부럽다.
-어른스럽다. 그래도 연예인은 좋아하겠지.
=비스트의 윤두준을 엄청 좋아한다.
-의외다. 남학생인데 보이그룹이다.
=여자다. (꺄르르르르)
-미안하다. 목소리가… . 대신 고민을 들어주겠다.
=얼굴에 뾰루지가 자꾸 난다. 그나마 여드름이 안 나서 다행이다. 세수한 뒤 꼭 로션을 바르고 있다.
-여학생 맞다. 다시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내 사진을 다시 보내도 되나. 별로 안 예쁘게 나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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