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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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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품권은 누가 받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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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2-08-29 15:28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Q. 주로 예능 프로그램, 예를 들어 KBS 끝 부분에 ‘방송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드립니다’라며 상품권 얘기를 하던데요. 그것은 어떤 도움을 준, 누구한테 주고 있는지 궁금하네요.(한승진)

A. 있어 보이게 전문 용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을 두고 ‘패널’이라고 한답니다. 광고의 일종이지요. 광고주가 상품권 등을 협찬하고 브랜드를 영상과 음성으로 노출하는 형태의 광고입니다. 보통은 프로그램 엔딩 타이틀 전, “방송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에서 상품권을 드립니다”라는 멘트와 기업명이 화면으로 나오곤 하죠.

패널 광고는 화면에 이름이 나온 광고주가 상품권 여러 장을 광고료로 방송사에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KBS 전직 PD 아무개씨의 설명에 따르면, 패널 광고는 주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끝나고 많이 붙습니다. 이유는 독자님이 물어보신 대로 ‘어떤 도움을 준, 누구한테’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광고주가 제공한 상품권은 주로 방송에 참여한 일반 출연자에게 제공됩니다. 연예인 등 전문 출연진은 방송이 직업이므로 당연히 출연료를 받고, 이들에게 상품권을 주면 이중 지급이 되므로 규정상 불가하고요. 예컨대 ‘1박2일’에서 촬영 장소를 제공한 가게 주인이라거나, ‘남자의 자격’에서 길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된 시민, 혹은 등에서 얼떨결에 방송을 타게 된 방청객 등이 상품권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잘나가는 방송이라도 일반 출연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받을 사람이 없으므로 패널 광고가 붙지 않습니다.

출연자가 상품권 대신 현금을 받기 원한다면 현금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관례적으로는 상품권 제공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방송사엔 이들의 출연료가 돈으로 환급되지 않기 때문에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도움을 받고, 광고주에겐 본격적인 상업광고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 ‘윈윈 효과’를 얻습니다.

그래서 패널 광고주는 덩치가 큰 경우보다 학교나 중소기업 등이 많습니다. 보통 광고료보다 싸게, 다만 몇 초지만 지상파에서 브랜드를 노출해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2010)에서는 “다양한 차원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데 있어서 지상파 TV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매체”인데 “이용률이 높고 노출이 잦으며 반복적으로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고영섭 외·2007)은 성공한 광고를 만들려면 ‘귀가 기억하게 하라’ ‘입을 반복하게 하라’고 말하는데, 매주 혹은 매일 같은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오는 ‘방송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상품권을…’은 이런 감각을 이용한 광고의 기본 법칙에 철저히 따르는 셈이지요.

패널 광고는 본격적인 광고가 시작되기 전 출연진의 목소리로 나오기 때문에 방송의 일부처럼 보여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지 않고 머무를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특히 방송이 재미있었을 때는 같이 본 사람들과 품평을 하거나 감상에 젖어 멍 때리며 재빠르게 채널을 바꾸지 않겠지요. 그래서 방송의 인기에 따라 패널 광고가 한 개 붙기도 하고 많을 때는 7~8개씩 붙기도 한답니다.

정리하자면, 네, 문제에 답이 있었네요. 상품권은 ‘방송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드립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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