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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물었습니다. 옆자리 신윤동욱 기자는 알쏭달쏭하게 말합니다.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박승화 기자는 ‘그렇다’에 무게를 둡니다. “꿈속에서는 말이 아니라, 주로 몸짓만 있지 않나?” 조용히 앉아 있던 탁기형 기자는 오래된 꿈 얘기를 해주네요.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친구를 봤답니다. “가니까, 좋으냐?”라고 물었더니, 말없이 웃기만 하더랍니다. 기자의 어머니는 정말 별별 꿈을 다 꾸십니다.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여태껏 꿈속에 등장했던 시어머니나 7촌 아저씨들 모두 말이 없었답니다.
포털을 검색해봤습니다. 검색창에 ‘돌아가신’을 치니 흥미로운 결과가 뜹니다. ‘돌아가신’ 뒤에 붙는 연관 검색어가 대부분 ‘아버지 꿈’ ‘할머니 꿈’ ‘어머니 꿈’입니다. 산 자들의 꿈속에서 돌아가신 이들은 무척이나 자주 서성거리고 있네요. 떠나간 가족을 꿈속에서 만난 누리꾼들은 뒤숭숭했는지 해몽을 많이 부탁했네요. 연관 검색어에 난 순서로만 보면, ‘출연 빈도’가 높은 이들은 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엄마, 외할머니, 시아버지 순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무작위로 12개의 사연을 살펴봤습니다. 망자가 말을 하지 않았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사연이 4건이었네요. 또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사연을 봐서는 판단할 수 없는 이야기도 5건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꿈에서 할아버지가 나를 위로해줬다”고 하면, 그게 말로 했는지, 아니면 등을 토닥이는 식의 행위만을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망자가 입을 연 경우는 3건이었습니다. 심지어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연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꿈속에서 망자들도 종종 입을 엽니다. 그 옛날 을 기억하시나요. 거기에서도 억울한 ‘귀신’들은 누군가의 꿈속에 자주 등장했지요. 언뜻 잘 안 떠오르면, 을 연상하면 될 겁니다. 물론 ‘과묵’한 망자도 적지 않습니다. 에 등장하는 선왕이, 딱히 맞지는 않지만, 비슷한 예겠지요. 그래도 산 자들에게 ‘망자의 말’은 약간 금기에 가까운 듯합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tjq****’님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며 “꿈에 돌아가신 분이 말씀을 하시면 안 좋다고들 하는데, 나쁜 꿈인가요?”라고 물었네요.
전문가들에게도 물었습니다. 이거, 안 쉽습니다. 몇몇 학자는 웃기만 할 뿐 답이 없으시네요. 몇 가지 가설만 붙습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강호정 강사(구비문학)의 추정은 이렇습니다. “꿈은 꿈꾸는 사람의 숨겨진 의식이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자기의 의식이 다른 사람, 그것도 망자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우습죠. 그래서 망자들은 꿈에서 침묵하는 것 같습니다.” 고혜경 신화학자의 짐작은 이렇습니다. “꿈속에서도 그분들은 우리가 소통할 수 없는 영역, 혹은 내가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의식이 작용한 듯합니다.”
뭐, 답은 ‘그분’들만이 알겠지요. 사랑했던 그와 꿈속에서라도 마주친다면, 왜 말이 없느냐고 더 이상 다그치지 말고 이제는 다정히 바라보기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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