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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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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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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2-05-23 11:38 수정 2020-05-03 04:26

김자경 병원은 물신이 지배한 공간이었나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고 느낀 지는 오래다. 언제부턴가 병원에 갈 때 아플까봐 걱정되기보다는 믿어도 되는 곳일지 더 겁이 나곤 했다. 특집1 ‘병원 OTL’에서 물신이 지배한 병원이라는 공간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건강할 권리가 돈벌이보다 우선이어야 한다는 생각마저 상식이 아닌 세상이 돼버린 것일까. ‘의료 공공성’이라는 말의 무게는 지금 어떠한가. 벌집 같던 치과의 어느 방에 누워 천으로 얼굴을 덮고, 목소리뿐인 의사의 진료를 받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한없이 약한 존재였다.

이정주 질 좋은 진료로 경쟁하라

치과 의료 쪽에 종사하는 지인에게 익히 들어와서인지 내게 ‘병원 OTL’ 기사는 놀랄 내용이 아니었다. 사실은 충격적인 기사를 보고도 무덤덤한 내 모습에 오히려 놀랐달까. 과잉 진료 문제 해결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환자와 의사 간 정보의 비대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둘째, 어떤 경쟁을 할 것인가? 인센티브 자체가 절대악은 아니며, 선한 결과를 낳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잉 진료가 아닌 환자를 위한 질 좋은 진료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런 시스템을 정착시키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임성빈 그곳은 병원이 아니라 막장인가

어려서부터 병원에 자주 들락거린 내게 의료 상업화의 ‘막장’을 다룬 특집1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간단한 증상을 초음파 검사까지 해보라고 권하는 의사는 자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우리네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나도 충치 때문에 치과에 갔다가 돌연 이를 뽑아야겠다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는 제구실을 잘하고 있다. 만연하는 병원 광고, 과잉 진료 등의 문제가 겨우 의료 민영화의 초기 단계에 해당할 뿐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눈앞이 어지러워진다.

조원영 도시인의 삭막한 밥상

처음 길러본 무순을 먹었을 때 기분이 묘했다. 약간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그간 한 번도 밥상 위에 올라오는 먹을거리가 생명임을 생각하지 않았던 게다. 하루 3회 투여하듯 무미건조한 밥상을 받아 삼키는 도시 노동자가 제철음식을 잘 알 리 없다. 자연의 시간과 점점 유리되는 현대인의 식탁을 경고한 문화 ‘주꾸미가 살찔 때가 언제인지 아나요’가 씁쓸하게 와닿았다. 미디어로 예쁘게 색칠되고 약품으로 포동포동 헛살이 오른 산업화를 받아먹고 있었으니 먹어도 배는 비고 탐욕만 자랐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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