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동차 계기판의 속도계는 140km/h 이상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왜 그 이상까지 표시돼 있나요?(남상숙)
A 저도 궁금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속도계에서 140km/h 이상 고속 구간은 알 수 없는, 부조리의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속도 상한은 기껏해야 110km/h 정도임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속도계의 고속 구간은 자동차회사가 버젓이 보장해주는 불법의 공간이었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에게 자동차의 ‘너그러운’ 속도계는 마치 촌지를 넙죽 받는 담임선생님이나 고등학교 동아리 선배들이 처음 건네는 담배나 생맥주랑 비슷했습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이유를 물어보면 바보가 될 것 같은 그런 문제였죠.
나이가 드니 한 가지는 달라졌습니다. 일단 핸들을 잡고 나니, 도덕적 감수성이고 뭐고 약속에 늦으면 별수 없습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일단 밟습니다. 180km/h까지 달려봤습니다. 저뿐일까요. 옆자리 이정훈 팀장에게 물었습니다. 200km/h까지 밟아봤답니다. 이세영 팀장도 150km/h까지는 달렸다고요. 뒷자리 오승훈 기자는 220km/h까지 달렸다고 거드네요. 아, 물론 과속이 결코 자랑거리는 아닙니다. 모두 간이 부었던 것이지요. 안전운전이 최고입니다. 다만, 독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140km/h 이하로만 안전운전하는 운전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난폭운전을 보장하기 위해 속도계의 상한을 높일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궁금합니다. 자동차회사들은 왜 이런 ‘불법 구간’을 만들어놓았을까요.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에 물어봤습니다. 아주 정확하게 이치에 똑 떨어지는 답은 없습니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몇 가지 이유는 보입니다. 첫째, 속도계는 한도까지 달리라고 권유하려고 달린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성능을 표시한 것일 뿐입니다. 둘째,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는 속도 제한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답니다. 도로의 최고 속도를 정하는 법적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속도 제한이 없는 공간도 있다는 의미겠지요. 참고로, 삼성전자 회장님은 2009년 경기도 용인의 스피드웨이에서 번쩍이는 외제차로 단독 레이싱을 하는 모습이 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셋째, 우리나라보다 도로 속도 규제가 완화된 나라들도 있습니다. 그 유명한 독일의 아우토반이 대표적인 예겠지요. 수출용 자동차를 만드는 업체의 처지에서 굳이 두 가지 모델을 만들 이유도 없답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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