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무장갑에 구멍이 너무 잘 나지 않나요? 설거지용은 2주를 못 쓰고 구멍이 나네요. 물론 오른쪽이 먼저 찢어지고요. 그래서 오른쪽만 새로 사다 써봤더니 왼쪽도 1~2주 있으니까 찢어져요. 제 손에 칼이 달린 건가요? 왜 이런 거죠?(완전짜증)
최근 제보를 하나 받았습니다. 지난 1~2년 사이 고무장갑의 질이 떨어졌는데, 그 영문을 이 코너를 통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듯합니다. 기자도 집으로 돌아가면 설거지 전담입니다. 고무장갑의 수명이 짧아서 약간 어리둥절하던 차였습니다. 먼저, 제보자를 통해 주부들의 불만으로 부글대고 있다는 한 누리집(www.82cook.com)을 찾았습니다. 게시판에서 ‘고무장갑’이라는 검색어를 쳐보니, 민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더 이상 못 참겠다, 고무장갑’이라는 글에는 댓글이 무려 113개나 달렸네요. “요즘 고무장갑은 고무장갑이 아니라 비닐장갑” “고무장갑 안 쓰고 아예 홈베이킹 업체에서 파는 ‘떡장갑’을 쓴다” 등의 답글이 이어졌네요. 위에 있는 질문도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하나를 따온 겁니다. 그러니까 이번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는 오지랖 넓게 다른 누리집에 오른 질문까지 답합니다. 말하자면 출장 서비스입니다. 각설하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고무장갑 업체에 전화를 돌려봤습니다. 국내 최대 고무장갑 업체의 한 관계자가 답합니다. 제품 원료와 공정에는 변화가 없답니다. 관계자는 “요즘 세제가 독해지고 음식 원료가 자극적인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합니다. 지난 1~2년 사이에 세제가 고무장갑을 펑펑 뚫을 정도로 강해질 까닭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요즘 주방용 세제는 저자극성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또 음식 재료가 자극적이라면 고무장갑이 뚫리기 전에 소비자의 위장부터 뚫리겠지요.
비밀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열쇠는 고무장갑의 재료값에 있습니다. 고무장갑의 60% 정도는 천연고무로 만들어집니다. 수입 원자재 가격 정보업체인 코리아PDS에 물어보니 천연고무 가격은 올해 초까지 요동을 쳤습니다. 일본 국제 선물시장에서 2009년 2월 kg당 139엔이던 가격은 지난 2월 499엔까지 폭등했습니다. 업계에서 비명을 지를 만합니다. 그나마 12월에는 가격이 kg당 280원까지 떨어졌답니다.
물론 국내 고무장갑 가격도 올랐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생필품 가격 정보 누리집(price.tgate.or.kr)을 보면, 서울 중구 대형마트를 기준으로 태화 고무장갑 중형의 가격이 지난해 1월 1700원에서 지난 5월 2550원으로 올랐습니다. 이 정보만으로는 국내 고무장갑 업체들이 가격을 충분히 올렸는지, 심하게 올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요즘 고무장갑 수명이 유독 짧은 데는 이런 정황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전국의 설거지 당번들의 손에 칼이 솟아나지 않은 건 확실합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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