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엄마 차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그런데 한 번 교통신호에 걸리면 도착할 때까지 계속 걸리더라고요. 기분 탓일까요?(독자 박보배)
네, 기분 탓일 줄 알았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시계만 보면 4시44분이고, 열심히 달려 지하철 승강장에 발 디뎠는데 열차 문 닫히는. 세상의 모든 악한 기운이 내 주변에만 맴도는 것 같아 기꺼이 ‘행운의 편지’라도 받고 싶은 날엔 신호 대기도 유달리 길게 느껴지죠. 그래서 지레짐작했어요. 독자님의 바쁜 등교 시간, 연속적으로 막아서는 교통신호가 얄미웠던 것 아닐까 하고.
‘장롱면허’인 저로선 운전자의 마음을 알 수 없어 지인들에게 물었습니다. 운전경력 3년차인 친구는 말합니다. “그거, 기분 탓 아니야? 그럴 때 잘 없는데. 그렇게 걸리는 날은 ‘운 없는 날’ 아닌가? 쩝.” 끄덕끄덕. 운전경력 20년차에게 물었습니다. 어라, 조금 다릅니다. “맞다 맞다, 꼭 한 번 걸리면 계속 걸리더라”고 대답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천사 같은 선배 김남일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그거? 꼭 걸리는 데만 걸려. 아파트단지 새로 들어온 데나, 주택가가 몰려 있어 도로가 복잡한 곳!”이라고 시원하게 대답합니다.
단지 기분 탓은 아니겠더라고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김영찬 교수께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답변은 신호 연동 시스템.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연동화 시스템 유무’가 관건이라는 거죠. 차량이 많은 곳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신호가 이어져서 들어오게 돼 있답니다. 물론 ‘적정 수준 이하의 교통량 유지’ 등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연동화가 된 곳은 신호를 받아 멈추는 횟수가 적은 거죠.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차량 흐름의 방향을 동서로 맞춰놓은 도산대로나, 남북으로 맞춰놓은 강남대로는 신호 연동도 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그 외의 방향으로 가게 되면 신호 받는 일이 잦을 수 있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관리과의 설명도 비슷합니다. 서울시는 대부분의 구역에서 연동화 시스템이 작동하고, 시간대나 차량에 따라 제어되고 있지만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는 거지요. 신호는 보행자 우선이므로 거리에 사람이 많을 경우 어긋날 수 있고요, 교통신호도 통신이기 때문에 통신 상태가 불안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독자님의 등굣길 구간은 신호연동화가 돼 있지 않거나, 차량의 주된 흐름 방향과 다르거나, 그게 아니라면 신호를 많이 받은 날의 통신 상태가 좋지 않거나, 보행자가 많거나 등 여러 원인이 있다는 결론입니다. 경찰청 교통관리과에선 독자님의 등교 구간을 정확히 알면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여러 원인에, 여러 상황이 겹쳐 ‘신호빨’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진 않네요. 뭐, 그럴 때를 대비해 1시간 일찍 나오고, 아침 공기를 마시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그러잖아요? 우리 다 그 정도는 하잖아요. 그거 아니면 ‘부지런한 국민’ 아니잖아요. 아하하. 벌써 12월이네요. 독자님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엔 ‘신호운수대통’ 하시길.
안세희 인턴기자 sehe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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