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야구 경기할 때 선수들이 침을 자주 뱉는데 야구를 하면 침이 많이 생기는 건가요? 침 많은 사람들이 야구 선수가 되는 건가요?(독자 정현희)
A. 그러게요. 야구 선수들이 침을 많이 뱉죠. 좀 지저분해 보이죠. 아마추어 야구광이자 입담 좋은 선배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건방지게 보이려 한다는 것이죠. 타자의 경우 투수와 눈싸움을 하는데 타석에 들어서며 일단 기를 확 꺾으려 든다는 거죠. 그럴 때 침 한 번 퉤 뱉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고나 할까요. 영화를 보면 깡패들이 기죽일 때 침을 퉤 뱉잖아요. 기아 이종범 선수도 한 방송에서 자신이 침을 뱉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죠. 긴장한 탓도 있습니다. 대부분 긴장하면 입에서 침이 마르고 침을 삼키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긴장해서 침이 생겼는데 보통 같으면 침을 삼킬 텐데 기선제압을 하려고 침을 뱉는다는 거죠.
미국 선수들은 입담배를 많이 씹기도 합니다. 그러면 침이 많이 생기는데 독해서 삼키지 않고 주로 뱉는다고 하네요. SK 최동수 선수가 입담배를 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해바라기씨를 뱉기도 합니다. 가끔 보면 입에서 뭔가 한참 오물오물하다가 뱉는데 해바라기씨인 경우가 많죠. 또 실외인 야구장에 아무래도 먼지가 날리다 보니, 3시간 남짓 흙 위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이 자주 침을 뱉게 된다는군요. 실내가 아니라 실외다 보니 바닥에 침을 뱉어도 거리낌이 없죠. 아무리 긴장돼도 빤질빤질한 배구장이나 농구장 바닥에 침을 뱉기는 꺼림칙하잖아요. 일부 농구 선수 등이 바닥에 침을 뱉고 신발로 문지르기도 하지만요. 야구가 축구 등에 비해 대기 시간이 길고 카메라가 선수들 모습을 자주 잡다 보니 침 뱉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가 복합돼, 일부 야구 선수들에게 침 뱉는 게 아예 습관이 돼버려서 무의식적으로 침을 뱉기도 합니다. 예전에 LG의 유명한 유격수였던 유재현 선수가 침을 많이 뱉는 것으로 유명했죠. 이처럼 야구 선수들의 습관 중에는 특이한 게 많습니다. 삼성의 박한이 선수는 타석에 들어서면 장갑의 ‘찍찍이’를 떼었다 붙이고 헬멧을 벗어 냄새를 맡듯이 코에 갖다댄 뒤 다시 쓰고는 바닥에 선을 그렸죠. 한국야구위원회에서 경기 진행을 촉진하려고 2010년부터 타석에 들어선 뒤 12초 안에 투구와 타격을 해야 하는 ‘12초룰’을 만들며 박한이 선수 사례를 들기도 했답니다. 박 선수는 타격 준비 습관을 고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죠. “처음에는 정말 투수 공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암튼 침을 뱉는 거야 자유지만, 투수가 공에 침을 바르는 건 부정행위랍니다. 스핏볼(Spit ball)이라고, 공의 회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반복하면 퇴장될 수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한국시리즈도 끝났네요. 다음 야구 시즌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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