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마트에 가서 살구색 요구르트를 사오면 포장지를 뜯지 않고 빨대를 이용해 한 줄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리는데요. 왜 요구르트는 1.5ℓ짜리가 없는 걸까요? (고3 여학생 한정원)
A. 요구르트 먹는 방식에서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데요. 저는 어릴 적 요구르트 한 개를 순식간에 먹기가 아까워 아랫부분 플라스틱을 깨물어 쪽쪽 빨아먹었습니다. 알루미늄 캡을 뜯거나 빨대로 빨아먹는 것에 비해 달콤한 맛을 훨씬 더 길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저뿐만 아니라 옆집 재홍이도, 그 옆집의 상일이도 그렇게 먹었습니다.
쉰내 나는 얘기는 여기서 그치고 본론으로 돌아가면, 1.5ℓ는 국내에서 한 번도 출시된 적이 없습니다. 요구르트는 한국야쿠르트가 197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산했습니다. 당시 용량은 80㎖(개당 25원)였습니다. 애초 100㎖로 하려 했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작은 크기가 탄생했답니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요구르트 아줌마가 배달할 때 손에 서너 개의 요구르트를 잡을 수 있어 편리했다는군요. 게다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 소비자가 다시 사거나 배달을 주문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네요. 라면도 한 봉지를 끓여먹고 나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지요? 요구르트도 작지만 소비자의 아쉬움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이 어우러져 현재도 65㎖로 생산하고 있다는군요.
정원씨도 한 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빨대로 한 줄을 순식간에 해치운다고 했으니 요구르트의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것 아닐까요? 대용량의 야쿠르트를 만들 수도 있지만, 배달이 편하고 다시 찾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죠.
대신 닭발집에 가면 매운맛을 달래줄 수 있는 쿨피스가 나옵니다. 쿨피스는 우유처럼 작은 크기에서 1ℓ 대용량까지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요구르트 아줌마가 배달하는 대신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주로 유통되니 대용량까지 있는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겠죠?
요구르트 얘기를 몇 가지 더 하면, 영어로 유산균 발효유를 ‘요구르트’(Yoghurt)라고 표기합니다. 하지만 국내에 최초로 출시된 제품이 ‘야쿠르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 요구르트와 야쿠르트가 혼용돼고 있습니다. 한국야쿠르트 이후 해태유업(1976), 남양유업(1977), 서울우유(1978), 매일유업(1978) 등이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은 요구르트를 상표명으로 사용해 이런 혼란이 더욱 심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또 하나, 요구르트 원가는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마치 코카콜라 원가를 회사의 극소수만 아는 것처럼 말이지요. 65㎖ 요구르트 한 개의 값은 최초 25원에서 현재 150원까지 올랐지만, 그중 제조원가가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회사에서도 극소수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구르트는 출시 이후 효자상품으로 한국야쿠르트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1971년 출시 이후 400억 병이 팔렸습니다. 국민 1명당 820병을 마시고, 1초에 34개씩 팔린 꼴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하루에 250만병(연매출 1200억원)이 팔리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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