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4"><font color="#C21A8D">Q.</font></font> <font color="#C21A8D">축구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꼭 어린이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데 기원이 무엇일까요?(min)</font>
<font size="4"><font color="#006699">A.</font></font>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입니다. 난데없이 무슨 말이냐고요? 고백하겠습니다. 저 질문, 기자의 아내가 던졌습니다. 가족의 궁금증부터 풀라며 기자를 한 달 넘게 괴롭혔습니다. 이 코너를 맡은 신소윤 기자가 전자우편으로 전달해준 독자님들의 질문 5개가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하필 이번주에 독자님들이 보낸 질문은 하나같이 재미있습니다. “왜 밤에는 무슨 일이든 잘될까요?”나 “고등학교 모의고사 답안지에서 왜 영어 과목만 성별을 묻는 항목이 있나요?” 같은 주옥같은 질문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축구선수들이 어린이의 손을 잡든, 코끼리의 발을 잡든 알 게 뭡니까. 그렇지만 기자도 연약한 사람입니다.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겠지만, ‘내압’에 저항하는 기자윤리 규정은 없어 보입니다. 결국 친족의 압력에 굴복했습니다. 이유야 없는 건 아닙니다. 가정이 화평해야 앞으로 취재도 열심히 하고, 기사도 잘 쓰겠지요. 어흠흠.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축구 해설위원 한 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웃으십니다. 잘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오래된 전통은 아닌 것 같다고 하십니다. 과거에는 유명인의 시축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린이들이 경기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답니다. 이 어린이들은 흔히 ‘플레이어 에스코트’라고 불린답니다. 다른 저명한 축구전문가에게도 여쭤봤습니다. 역시 웃으십니다. 잇따른 스캔들로 이미지가 안 좋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홍보 차원에서 도입한 의전인 것 같답니다.
박식하기로 유명한 송기룡 대한축구협회 총무국장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자료를 찾아봐야겠다고 하십니다. 1시간 뒤에 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플레이어 에스코트’가 등장한 경기는 2001년 11월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 기념 경기였답니다. 한국-크로아티아 국가대표 친선경기였죠. 어린이들의 맑은 기운이 통했을까요.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은 FIFA 랭킹 16위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최태욱과 김남일 선수가 한 골씩 넣었군요. 꼬마들이 처음으로 경기장에 등장한 FIFA 공식 국제행사는 다름 아닌 2002년 월드컵입니다. 송 국장님은 “당시 FIFA에서 각 나라에 새 의전을 도입하라고 권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하십니다. 그의 추측으로는 2000년대 초반에 일부 국가에서 실시되기 시작했던 관례를 FIFA가 공식적으로 도입하며 세계적으로 퍼진 것 같답니다. 이제 거의 모든 프로축구팀들도 에스코트를 씁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물어보니 어린이회원이나 산하 어린이클럽의 선수들이 돌아가며 경기장에 나온답니다. 아주 인기라는군요. 경남 FC는 아예 지역의 한 대형 유치원이랑 계약을 맺고 어린이들을 초대한다는군요. 경남 FC의 김병지 선수는 난처했던 기억을 말합니다. “포항에서 뛰던 시절 여자 어린이와 입장을 했는데, 큰 경기장에 놀란 아이가 계속 울어서 달래느라 혼났다”며 웃으시네요.
질문을 하나 덜어내니, 질문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멋진 답을 해준 축구협회 송 국장님이 마침 이 코너의 팬이랍니다. 안 그래도 궁금하던 게 한 가지 있으시답니다. “새치를 뽑으면 그 자리에 다시 흰머리가 나는지?” 사심 없는 다른 기자들에게 마저 풀지 못한 궁금증들을 풀어달라고 부탁해야겠습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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