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만 말해라. 평창이 전부다. TV를 켜면 “평창! 와!” 똑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아나운서도 울고, 평창 주민도 울고, ‘우리’ 연아도 운다. 이건희 회장도 울고, 조양호 회장도 울고, 박용성 회장도 울먹인다. 이명박 대통령도 운다.
그런데, 멈추지 않는다. 울고 또 울고 계속 운다. 이어 파도처럼 밀려오는 건 ‘올림픽’이라는 이름을 단 뉴스들이다. ‘복지 포퓰리즘’이라던 모든 이슈들은 쓸려갔다. 반값 등록금은 온데간데없다. 의제는 좌우를 불문한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실수할까봐 부담됐다”는 연아의 한마디가, 애써 TV에 등장하지 않으려 했다는 대통령의 ‘겸손함’이 톱뉴스가 된다. 이건희 회장이 대통령과 식사하려 1시간30분을 기다렸다는 것도 뉴스다. 연아의 옷이 ‘테남·테북’(테헤란로 방위를 나타내는 신조어)의 외제 명품 의상이 아니라 국산이라는 것이 톱뉴스다. ‘평창’ ‘올림픽’이라는 말만 달면 다 뉴스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죄다 올림픽이다. 평창 한우까지 검색어 인기 순위에 오른다.
평창, 평창, 평창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제 그만’이라고 외칠 수 있는 초인은 누구냐. 최저임금은 어찌되는지 궁금하다는 누군가, 한진중공업 35m 크레인 농성은 해결돼가는지 궁금한 누군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취향의 문제다. 올림픽보다 프로야구나 영국 프리미어리그가 궁금하다는 말을 꺼낼 도리가 없다. 그 입을 대신할 입들이 입을 다문다.
평창이 그리 대단한가. 평창 삼총사. 이건희, 조양호, 박용성. 아버지의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고 그룹 총수가 된 재계 2세대가 목숨 걸듯 나섰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재계 1세대가 독일 바덴바덴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이끈 지 30여 년 만이다. 그 1세대는 올림픽을 유치하고, 대통령 출마까지 했다. 평창은 이미 그 힘을 보여줬다. 삼총사 중 이 회장은 벌써 죄 사함을 받지 않았더냐. 평창은 선이다.
올림픽 포에버.
고참만 믿어라. 고참은 종교다. 제대하면 누구나 하는 말,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고참은 하느님과 동급이다. 이 대목에서 웃는 이는 민간인뿐이다(군대 다녀온 한국 남성들, 민간인이랍시고 갑자기 모른 척이다). 고참교 앞에 기도 대상은 하느님이 아니다. 그 대상은 고참이다. 개종을 하지 않는다면, 성경책은 불태워진다. 다양한 신체형이 기다린다. 신체 특정 부위를 태워버린다는 선언과 함께 전투복 지퍼 부위에 모기약을 뿌리고 불을 붙이는 ‘화형’, 얼굴과 목에 바르며 지옥의 뜨거운 맛을 경험하게 한다는 안티프라민 ‘도포형’, 담배를 피우라는 지시에 복종하지 않았을 때 담뱃불로 피부를 지지는 ‘담배빵형’ 따위가 그것이다. 주로 화끈한 고통을 유도하는 건 귀신 잡는 해병의 전통?
웃지 마라. 그 고참교의 뿌리는 어디인가. 강화도 해병 2사단 총기사건이 있었던 그 소초만인가. 고참, 고참밖에 보이지 않고, 당한 후임이 고참이 되고, 또 그 고참이 결국 교주 노릇을 하는. 애국·애족·전우·가족 등을 말하는, 그곳이 그 소초만인가.
군바리 포에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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