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며칠 전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든 의문입니다. 지금까지 타본 엘리베이터는 모두 알림음이 여자 목소리였습니다. 도대체 왜 엘리베이터 알림음은 여자 목소리로 하는지 궁금합니다.(김현진)
한겨레21 윤운식
A. 질문을 접하고 저도 궁금증이 동했습니다. 먼저 승강기안전관리원과 엘리베이터업체에 물었습니다. “상냥하고 친절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답을 들었습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답이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보다 더 상냥하고 친절하다는 것은 여성의 성역할을 고정시킨 것 같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비슷한 질문에 누군가 답을 달았습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보다 음파가 더 높아 더 멀리 가고 전달력이 높은 까닭에 알림음에 여성 목소리가 많은 것이라는.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께 여쭤보았습니다. 배 교수는 “여성의 음고(음높이)가 2천~2500Hz, 남성이 1천~1500Hz로 여자가 남자보다 1.5배 정도 음높이가 높다”면서 “음높이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진동수가 많음을 의미하고 이는 더 많은 공명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사람의 귀는 3500Hz 정도의 소리를 가장 잘 듣는다”며 “여성의 목소리가 여기에 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여성의 목소리가 알림 음성인 것은 상냥함과 친절함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귀에 잘 들리기 때문”이라고 친절하고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의 귀에도, 남자보다 여자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린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배 교수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아기와 여자의 목소리를 잘 듣는 반면, 어른 남자의 목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며 “개도 자기를 무시한다는 중년 남자들의 하소연은 적어도 소리로 봤을 때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편집주간을 지낸 고정갑희 한신대 교수(영문학)께도 여쭤본 까닭입니다. 그는 웃으면서 “그것을 만드는 것이 다 남자들 아니냐”며 “안내 음성이 여성의 목소리인 것은 서비스업은 상냥하고 친절한 여자들의 일이라고 여기는 남성중심주의적 사고의 반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전화안내양’이란 말의 ‘양’이 말해주듯 대부분 여성의 목소리인 안내 음성은 남성의 시선으로 본 여성성, 여성다움을 나타낸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강남의 일부 엘리베이터는 여성이 영어로 안내를 한다”며 “이는 기존의 성역할 고정 논리에 한국 사회만의 영어중상주의가 결합된 형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답은 무엇일까요.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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