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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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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익히면 왜 쉽게 부서지나요?

[독자와 함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록 2010-11-26 15:54 수정 2020-05-03 04:26
Q. 회를 먹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회를 자세히 보면 생선 결이 나 있잖아요. 날로 먹을 때는 괜찮은데 생선을 굽거나 찌면 결이 갈라지면서 부서집니다. 그래서 먹기도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요? 혹시 생선이 부서지지 않게 조리하거나 먹는 방법은 없나요?(최담은)

A. 식탁에 혼자 앉아 구운 생선을 먹다 보면 서글퍼질 때가 있습니다. 젓가락을 놀릴 때마다 생선살은 산산이 부서지고 결국 새끼손가락의 절반도 안 되는, 생선 향이 간신히 나는 조각을 입에 넣게 되기 일쑤죠. 이걸 먹어보겠다고 악을 쓰고 헛스윙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 쓸쓸해집니다. 도대체 왜 생선살 얘들은 굽기만 하면 결속력이 급격히 약화돼 사람 속을 태우는지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서울 마포구 상수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꼼마’의 박찬일 셰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박 셰프의 자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을 지면에 옮깁니다.

모든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종류가 다양합니다. 단백질 종류에 따라 조직의 결도 다르고 근육의 결도 다르죠. 결에 따라 열을 가하면 단백질 조직의 결이 파괴되면서 연해지고 부드러워지는데, 이때 변형되는 형태 역시 다릅니다. 오징어의 경우 세로로 말리는 단백질 조직이라 구우면 오그라드는 거죠. 적색 근육을 가진 큰 짐승의 근육, 그중에서도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수의근은 다른 부위보다 조직이 단단합니다. 소나 돼지의 다리살이 찌거나 구워도 질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생선은 워낙에 단백질 조직이 단단하지 않은데다 근육이 약하고 결합력이 떨어져 굽거나 찌면 쉽게 부서지는 겁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산이 첨가되면 단백질의 결합력이 높아집니다. 계란을 터지지 않게 삶으려면 식초물에 삶으라는 말이 있죠. 생선 역시 식초를 치고 열을 가하면 부서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맛도 좋아지죠. 센 불이 아닌 약한 불로 조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직이 덜 파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식초를 넣어 약한 불에 조리하면 생선 형태를 유지하면서 굽거나 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단, 얼린 생선은 얼었다가 녹으면서 이미 단백질이 파괴되므로 어떤 방법을 써도 부서지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얼린 생선에는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박 셰프는 충고합니다.

이미 부서질 대로 부서진 생선이라고 해도 방법은 있습니다. ‘생선살이 부서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옛말을 기억하면서, 부서진 생선살을 물리적으로 방어해봅시다. 대파의 흰 부분이나 김치, 배춧잎, 깻잎 등의 지지물을 이용해 생선을 싸서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생선살의 질감을 즐기면서 먹는 데 불편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생선살을 완전히 분해한 다음 다져서 단단히 뭉쳐 생선단자를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알겠습니까?(예스, 셰프!!)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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