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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795호를 읽고

등록 2010-02-05 14:39 수정 2020-05-03 04:25
<한겨레21> 795호

<한겨레21> 795호

[집중 모니터링] 우리가 만든 자병산을 보라

자병산은 불안한 절벽만이 남아 있었다. ‘신백두대간 기행’에 나온 대로, 1990년대 백두대간 보호운동의 아이콘이었단 걸 어렴풋이 들은 기억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보호운동이 거세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 자병산은 기록에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석회석을 캐 시멘트를 만드는 일이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선뜻 어느 쪽도 탓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수백m 낭떠러지로 전락한 자병산의 모습은 분별 없는 탐욕의 말로를 상징한다. 여기서 나오는 석회석은 시멘트가 되고, 그 시멘트는 전국 각지 건설 현장에서 각자의 욕망을 채우는 재료가 될 것이다.

각종 재개발 과정에서 거처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나가야 하는 세입자 혹은 집주인이 부지기수다. 그들의 눈물이 섞인 시멘트는 아파트가 되어 하늘 높이 올라간다. 법조문은 복잡하고 각종 위협이 세입자를 옥죄니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가 딱 맞는 말이다. 표지이야기로 실린 실전 매뉴얼 2탄, 재개발편은 이런 현실에서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다만 복잡한 법을 쉽게 풀고 응용할 팁을 만들어내는 상당한 수고에도 아직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결론은 재개발의 답답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이티 강진으로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여러 언론은 피해 상황과 소요사태가 우려될 정도의 혼란상만을 전달할 뿐 근본적으로 왜 이렇게 됐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은 식민제국주의, 군부독재와 정치 불안 그리고 자연재해로 이어지는 그들의 속사정을 알려줬다. 전에 읽었던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의 에 나온 “민주주의란 모든 사람들이 먹고, 학교에 가고, 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다”란 내용이 얼마나 그들에게는 절실한 소원이었는지 되새기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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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행정기관을 빼니 남은 건 또 하나의 기업도시 계획이다. 원형지 개발로 싼값에 땅을 공급하니 기업들이 투자하겠다고 나선다. 기존 혁신도시 계획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이제는 혁신도시에도 원형지 개발로 싼값에 땅을 팔겠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특집 기사에서는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떨어지는 탓에 소모전만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사이 국민 세금만 날아간다. 콩트라고 하지만 그저 웃어넘기며 볼 수만 없는 대목이었다. 세종시 블랙홀 속에 수도권의 욕망, 지방의 욕망이 뒤엉킨다.

‘2030 여성들의 팬질 정치’는 정치의식의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계층을 끌어냈다는 점만으로도 긍정적이다. 또 자발적으로 즐겁게 나서는 모습은 정치를 그저 딱딱하고 무거운 영역으로만 보던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박준호 19기 독자편집위원

쫄지 마, 재개발 대응 매뉴얼이 있잖아

→가족의 보금자리인 집을 두고 수익성이니 리스크니 하는 표현이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내 집도 투기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논리인가요?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내 집에서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이 시대의 광기가 언제쯤 잠잠해질까 하는 생각에 답답합니다. ivory88

“국민만 졌다”

→수도권 부동산 불로소득자들의 최대 수익원은 젊은이들의 월세다. 100만원 받아서 40만원을 월세로 뜯기는 ‘현대판 농노’들이 가득이다. 그런데 한국처럼 권력 일극주의 사회에서 분산은 이들에게 사형선고다. 행정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 인구 2천만 명에서 200만 명이 줄어든다는 예측이 있는데, 부동산 사기꾼들은 확실히 안다. 인구의 10%가 빠진다는 것은 부동산에서는 재앙 중 재앙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자들에겐 그야말로 금치산 선고나 마찬가지다. 결국 행정수도 반대는 그들의 표를 잡으려는 것일 뿐이다. linguis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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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2030녀의 ‘팬질 정치’

→사실 20~30대 여성 대다수는 9시 뉴스보다 드라마에 더 관심이 있잖은가. 주위를 둘러보면 투표율은 높을지 몰라도 평소에 정치적 관심도는 미약한 수준인 게 보통이다. 10~20년 뒤 나라의 주역이 될 젊은 여성들이 좀더 정치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정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hwan8786

삼성이 가린 백혈병 진실, 법정에서 가린다

→모든 화학제는 일정 기간 기화가 지속된다. 그 기화된 고독성 성분이 인체에 흡입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 노동 조건에 따라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은 산업혁명 이래로 검증되고 확인된 사실이다. 그래도 자기 공장에서 일했는데 시설 개선이나 보상은 멀리하고 미디어 컨트롤이나 하는 게 과연 삼성에 어울리는 일인가? linguis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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