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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786호를 읽고

등록 2009-12-04 17:25 수정 2020-05-03 04:25
<한겨레21> 786호

<한겨레21> 786호

[집중 모니터링] 소리 없는 아우성

한 아버지의 억울한 눈물, 공사 차량 소리로 요란한 강둑 한켠, 멀리 아시아 저편, 그리고 넘어질 듯 애처로운 고공의 철탑. 이 모든 곳에서 각기 다른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저 아래 깊은 곳에서 오래 묵어 걸쭉해진 그 아우성은 저 높으신 곳에 차마 닿지 못하고 흩뿌려 사라진다. 곧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어딘가에 있을 푸른 해원을 향해 몹시 흔들리는 대한민국 누군가의 아우성.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인 는 얼마 전 용산 참사의 아우성을 떠올리게 한다. 또 ‘배변’이라는 인간적인 소재는 철탑 위 세상을 우리 곁으로 바짝 끌어당기는 구실을 한다. 그 뒤 이어진 농성에 관한 기사들은 소설의 임팩트를 한층 부가시켰다. 첫 번째 기사에서 농성의 역사를 살짝 맛본 뒤 두 번째 기사에서 최근의 농성들까지 보고 나니, 소설 속 일이 정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인 듯했다.

아프간 파병을 다룬 이슈추적에서는 두 의원의 상반된 주장이 눈에 띄었다. 배치가 좋았지만 여당 의원의 주한미군에 관한 주장과 그에 대한 야당 의원의 반박 등 뭔가 포인트가 있었다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정치인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군사 쪽 전문가들의 아프간 파병에 대한 의견 또한 소개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관한 경제 기사는 답게 고발성이 강했다. 온갖 폼을 잡으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그분의 말씀은 온데간데없고, 이제 길 잃은 실업자들의 아우성이 남았을 뿐이다. ‘인턴제 말곤 대책 없는 정부’ 기사는 4대강 예산 관련 기사와 겹치며 상당한 의미로 다가왔는데, 외국 실례나 전문가 의견 등을 더해 좀더 상세히 다뤘더라면 좋았겠다.

이주노동자로 초점이 옮겨진 ‘노동 OTL’은 이주노동자라는 소재와 이를 다루는 시선이 상당히 인권지향적이었다는 점에서 평가해줄 만했다. 법에서 그 존재를 부정당한 자들인 ‘불법 사람’들의 종교나 성생활도 관용과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었고, 그들의 가족에 대해서도 같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깃발들이 펄럭이는 광경이 이번호 을 통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수많은 깃발들의 노스탤지어 때문에 이 아래는 시큼시큼함이 가득하건만, 저 위에서는 그것을 알까 싶다. 이 모든 깃발들이 언젠가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아닌 그냥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들리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홍부일 19기 독자편집위원

2006년 9월 의병 전역한 고 김재민 일병은 폐렴과 림프종이 재발하자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 병마와 싸웠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폐와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앉아서 자는 그를 아버지 김창겸씨가 부축하고 있다.

2006년 9월 의병 전역한 고 김재민 일병은 폐렴과 림프종이 재발하자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 병마와 싸웠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폐와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앉아서 자는 그를 아버지 김창겸씨가 부축하고 있다.

사람과 사회 ‘육군은 죽음과 아무런 상관 없다?’ 댓글
군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됐으나 유사한 경험이 있어 글 올립니다. 군 복무 중에 몸이 아프면 간부들은 몸이 얼마나 아픈지 묻기 전에 공상과 비공상을 구분하려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지간하면 다들 비공상 처리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목디스크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훈련병 때 각개전투 중 다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군의관들은 군대 오기 전부터 목디스크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비공상 처리를 했습니다. (ddong2299)
오리 날다

→ 비정규직, 참 아이로니컬한 단어입니다. 기업에서는 착취와 억압의 대상으로 필요할 때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물품 같은 존재고, 정부에서는 인격적 모독을 가해 저항을 해도 그냥 무시하고 법을 집행해서 구속시킬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감 또는 자기 정체성마저 잃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습니다. 그들이 비정규직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도 아닐 텐데 너무한 것 아닌가요? quizp01

→ 말로만, 그리고 제 모습을 포장하기 위해서만 비정규직분들을 옹호했던 제 과거가 부끄럽습니다. 저 또한 무관심한 출근길 전철역을 지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네요. 가슴은 왜 이리 답답하고 머리는 왜 이리 혼란스러울까요.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데 한 번 놀라고, 어머니가 생각나서 슬프고, 제 무관심이 부끄러운데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댓글을 다는 일밖에 없네요. mamingug

특명 하달 “삽질로 논란 끝장내라”

→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익이 보장된다든지, 강이 살아난다든지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2MB는 이런 반대를 다 물리치고 토건족 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막장 공사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4대강이 북한의 류경호텔처럼 흉물로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frenzymode

인턴제 말곤 대책 없는 정부

→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큰 문제이다. 그래서 육아, 공공 서비스 등 국가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경제·시장 논리만 내세우는 국가는 절대 빈곤층과 절대 부유층으로 나뉘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만이 이런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으니 답이 없을 수밖에 없다. budo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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