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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문10답] 소설 쓰는 비정규직 아빠

등록 2009-11-13 16:31 수정 2020-05-03 04:25
최경빈씨 가족

최경빈씨 가족

마흔을 앞둔 남자다. 광주에 살고 ‘무직’이란다. 그가 보낸 독자엽서에는 흉만 쓰여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10문10답을 신청했다. 욕먹을 각오로 최경빈(39)씨에게 전화했다.

1. ‘무직’인가.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다. 지금은 한 회사에서 주당 42시간을 일한다. 시급은 최저임금인 4천원에 못 미친다. 이 나이만 돼도 취직할 곳이 없다. 막노동도 해봤는데 50kg의 몸으로 버티기 어렵다.

2. 비정규직의 삶은 어떤가.

힘들다. 1980년대 고등학교 시절 화염병을 들고 맨 앞에 섰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중퇴했다. 대학에 꼭 다녀야 하나 고민했다. 비정규직으로 살자니 대학 졸업장이 아쉽다. 비정규직은 내가 그만두거나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하는 일이 반복된다.

3. 사진 속 가족들의 표정은 여유롭다.

‘적게 벌면 적게 소비하자’는 생각이다. 동갑내기인 아내와는 만 19살, 대학교 1학년 때 만났다. 둘 다 광주 토박이다. 10년을 사귀고 결혼해 또 10년이 흘렀다. 힘들어도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 아들과 웃으며 살려고 한다.

4. 은 언제부터 읽었나.

는 창간 때부터 읽었다. 군대를 다녀와서부터 을 읽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는 출퇴근 시간에 주로 읽었다.

5. 어려운 상황인데 정기구독을 했나.

원래는 가판이나 서점에서 사서 봤다. 한데 얼마 전 이 꼭 읽고 싶어 사려고 보니 동네에 서점이 없었다. 한 권을 사려고 차를 끌고 시내에 나갔다. 그 직후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내 생일에 맞춰 11월부터 보내달라고 했다. 생일선물인 셈이다.

6. 그날 기를 쓰고 을 산 까닭은.

‘누구나 소설 쓰는 시대’라는 표지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다. 사실 얼마 전부터 아들들을 위한 소설을 쓰려고 준비 중이었다. 이런 기사가 나와 반가웠다.

7. 이 ‘손바닥문학상’을 공모했는데 좀 서둘러서 제출하지 그랬나.

아직 그럴 실력이 못 된다. 기사를 보다 보면 재밌고 논리적이어서 ‘아, 참 잘 썼다’ 싶을 때가 많다. 기자들은 다들 국문학을 전공한건지….

8. 그렇진 않다. 한데 독자엽서에 ‘소야촌’(765호 김학민의 주류인생)이 맛없다고 불평했다.

필진이 추천한 광주 맛집이라 한걸음에 달려갔다. 한데 음식도 분위기도 별로였다. 광주에는 맛집이 많다. 광주를 찾은 이들이 소야촌만 가본 뒤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9. 이제 집으로 배송될 에 바라는 점은.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기사를 많이 실어달라. ‘박노자의 국가의 살인’과 ‘노동 OTL’이 좋다. 애들한테도 읽혔다. 아들에게 아빠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도 함께 얘기해줬다.

10. 가족들에게 한마디.

돈도 잘 못 버는데 불평 없는 아내에게 늘 고맙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전교 회장이다. 알아서 잘 자라주니 고맙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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