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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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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780호를 읽고

등록 2009-10-21 14:54 수정 2020-05-03 04:25
<한겨레21> 780호

<한겨레21> 780호

[청송 제3교도소에서 온 편지]
저희 억울함 담은 글, 감사드립니다

전종휘 기자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청송감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감호자 ○○○입니다. 전 기자님께서 쓰신 글(780호 줌인 ’법에도 없는 형살이’-편집자)을 보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메마른 세상에서 우리 같은 범법자에게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저희를 대신해 억울함을 담은 글을 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희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억울하다고 소리쳐도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희 과거가 험하고 추악해서 차마 큰 소리로 소리칠 입장도 못 됩니다. 그래서 그저 당하고만 있었는데, 저희의 사정을 아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이 있다니 이제야 마음속에 희망을 품어보게 됩니다.

청송 제3교도소에서 온 편지

청송 제3교도소에서 온 편지

염치없는 줄 잘 압니다. 제 과거가 손가락질받아 마땅하고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닌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제 나이 50이 넘었습니다. 33년 만에 찾은 가족도 있고, 나를 오빠라 받아주는 동생과 조카도 생겼습니다. 이제 혼자 떠돌던 그때와는 다릅니다. 이번에 나가면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그간 이곳에서 배운 양재 기술로 작은 세탁소나 수선집을 하면서 가족과 남은 인생을 조용히 살겠습니다. (중략)

기회는 주면서 매를 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기회는커녕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험하고 어려울 때 과감한 글로 희망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많은 감호자들이 기자님의 글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도 관심조차 없어하는 상황에서 이런 따뜻하고 희망적인 글을 보면 어떤 사람이라도 가슴이 찡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감호자들이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대신 감사 인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좀더 관심 가져주십시오. (중략) 법이 폐지됐는데 그 폐지된 법으로 3년 넘게 징역을 또 살고 있습니다. 범죄자이기에 받아야 했던 형벌은 이미 모두 치렀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죄수입니까, 일반인입니까? 이 물음에 답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로 힘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대신해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편안과 행복이 함께하시기를. 안녕히 계십시오. 10월13일 ○○○ 배상

게토.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게토.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노 땡큐! ‘게토’ 댓글
나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해서, 또한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이제까지 우리 주변에는 절대 게토란 없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온 내게, 머리를 망치로 후려치는 듯 충격을 던져주는 기사다. 게토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자들은 그들이 진정으로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고민해 교육자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juvis67)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보수적으로 행동한다

→(설문이) 뜬구름 잡는 격이다. 자신을 중도라고 생각하는 허위의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뿐이잖나. 이제 한국 사회의 절대 기준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일 뿐, 중도니 보수니 하는 게 있기는 한가? 중도·보수·진보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한국 사회의 천박한 욕심이 드러난 것에 불과한 것 같다. aman00

→중도가 아니라 우중에 불과하다. 중립적이라 함은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말하고 잘못하는 것은 잘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을 뜻한다. 단순히 중간자적 위치에서 어떤 쪽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무책임적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중도가 아니다. 책임 회피적 중간 입장을 취하는 것은 그 존재 자체가 아무런 가치조차 없는, 무용지물의 형태로 남은, 살아 있는 화석에 지나지 않는다. spyrun11

→이 설문은 맞다고 본다. 진보적으로 생각하지만 행동은 보수적인 것이, 내가 볼 때는 경제적 이득 때문이다. 솔직히 가진 자라면 보수 쪽 손을 들어주지, 자기 돈 새어나갈 진보 쪽 손을 들어줄 이유는 없다. 아무리 경제를 망쳐놓아도, (차기는) 한나라당 박근혜가 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진보 쪽이 더 원칙에 입각한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경제정책에서 한나라당의 기득권을 유지해주는 자물쇠를 부수긴 어렵다. 종부세 챙겨주는 정부,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나도 그건 좋았다. 솔직히 가진 자라면 이명박 지지다. nghami

“태초의 낙동강은 사라지는 깁니더”

→(4대강 정비) 하려면 최소한의 수준에서 끝내야 한다. 강바닥 모래를 다 훑으려면 최소 30년 이상의 연구와 준비 기간을 갖고 100년에 걸쳐 해야 한다 1만 년 이상 흘러온 강의 모습을 인간이 임의로 바꾸는 것이 환경적으로 얼마나 큰 재앙이 될지 생각도 안 해보고 일 저지르는 사람들…. 후손한테 물어봐야 한다. 앞으로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bulse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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