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절 통일대회 깃발아래 모인 남북 노동자들…구조조정저지 투쟁과 통일운동을 하나로

지난 4월30일부터 5월2일까지 금강산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치 아래 나라의 자주적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남북 노동자 5·1절 통일대회’가 열렸다. 나를 비롯한 남쪽 노동자 방북대표단 530명(민주노총 294명, 한국노총 236명)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저지 투쟁을 잠시 뒤로 한 채 또 하나의 억압인 ‘분단’문제를 온몸으로 안고 금강산으로 향했다. 세계 노동자들이 자본의 억압에 투쟁하면서 평등과 해방을 노래하는 역사적인 노동절에 남북 노동자들이 ‘통일’의 깃발 아래 함께 만난 것이다.
‘통일열차 달리기’의 감동

민주노총 이규재 통일위원장에 대한 방북 불허 때문에 출발이 늦어진 설봉호는 한반도 단일기를 펄럭이며 4시간 만에 북한 장전항에 도착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북에서의 첫날 밤이라 그런지 모두가 잠을 뒤척이고 있었다. 다음날인 5월1일 남쪽 노동자대표단은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마치고 대회장소인 금강산 온정리로 향했다. 버스로 10여분을 달리자 행사장인 김정숙 휴양소가 눈에 들어왔다. 13층짜리 휴양소 건물은 우중충해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환경보전을 위해 페인트 칠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통일대회를 치를 휴양소 건물 앞 운동장은 원래 자갈투성이 돌밭이었는데 북쪽이 이번에 새로 가꾸었다고 한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대 온정각 휴게소쪽에서는 ‘텔미 텔미’ 하는 영어섞인 남한 노래가 스피커에서 연신 나오고, 김정숙 휴양소에서는 등 북한노래가 흘러나와 묘한 느낌을 주었다.
곧 입장식이 시작되었다. 간간이 비가 뿌리는 가운데 한반도 단일기를 앞세우고 남북대표단이 입장했다. 행사장에는 ‘조국통일’, ‘민족자주’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큰 풍선에 매달려 있었다. 대회장 앞쪽에 조선직업총동맹(이하 직총) 대표와 남한 양대노총 대표가 앉고, 운동장에는 남쪽 노동자들과 북한 전역에서 뽑혀왔다는 직총 조합원들이 뒤섞여 앉았다. 직총 철도운수부문동맹 소속 여성 취주악대는 등 북한 노래를 연주하면서 대회 시작부터 분위기를 돋웠다.
남북 단일기 게양과 대회연설이 끝난 뒤 노래공연에 이어 북이 자랑하는 교예단 공연이 펼쳐졌다. 그리고 공 이고 안고 달리기, 밧줄 당기기, 통일열차 달리기 등이 계속됐다. 특히 통일열차 달리기는 애초 36명씩 참여하기로 돼 있었으나 하나둘씩 모이더니 급기야 남북 노동자 1천여명 전원이 한꺼번에 참여하면서 통일 열기를 후끈 달궜다. 남북 노동자들이 서로 앞사람의 어깨를 잡고 긴 통일열차를 만든 뒤 ‘조국통일!’을 연호하며 30여분간 운동장을 도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북쪽 직총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금강산려관 앞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축구경기를 가졌다. 남북이 서로 섞여 자주팀과 단합팀을 구성해 벌인 축구경기 도중에는 열띤 응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파도타기, 337박수, 우산 돌리기 등 응원전은 흥겨운 노동절 축제 그것이었다. 남남북녀라 했던가. 직총 취주악대 여성노동자들의 미모에 반한 일부 남쪽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별의 순간, 끝내 눈물바다가 되다
![]() |
![]() |
경기가 끝난 뒤 펼쳐진 문예공연 때는 북쪽 공훈배우 오송희의 노래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오송희는 자본주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북에서 금지곡으로 정했다는 을 멋들어지게 불렀고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남쪽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달려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 노동자들은 어깨를 걸고 다시 한번 하나가 됐다. 오전에 대회장을 통일 열기로 물결치게 했던 통일열차를 다시 만들어 운동장을 돌며 ‘조국통일’과 ‘민족 대단결’을 외치는 장관이었다.
훌쩍 지나가버린 하루일정을 마무리하는 폐회식이 끝났지만 남북의 노동자들은 그냥 헤어질 수 없었다. 나가는 입구에 북쪽 노동자들이 두줄로 서서 남쪽 노동자들을 배웅했다. 한명 한명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손을 꼭 붙잡고 “꼭 통일합시다”, “다시 만납시다”,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건네며 아쉬운 이별의 정을 나누었다. 몇 발짝도 나가지 못해 서로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곳곳에서 서로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대회장은 끝내 눈물바다가 되었다. 남북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연대와 ‘민족’으로서의 동포애를 확인하면서 하나임을 느꼈고, 통일이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다가온 현실의 과제임을 확인했다. 이제 노동자들이 통일에 나설 것을 다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역사적인 남북 노동절대회는 이렇게 끝났다. 둘쨋날 밤은 북녘 노동자를 만난 감격과 흥분으로 선상 곳곳에서 술자리를 벌이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민주노총 강원본부 조합원들은 “조국 분단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볼 때 유일한 분단지역에 살고 있는 강원도 노동자들은 분단의 이중고통을 겪고 있다”며 더욱 통일의 목소리를 높였다.
5월2일 마지막날 오전에 잠깐 나선 금강산 산행에는 북한 직총 간부 30여명이 중간중간에 동행하면서 금강산을 안내했다. 탄광노동자 출신인 직총 국제부 소속 한 간부는 사무직보다 채탄 노동자의 임금이 더 높다면서 북쪽은 육체노동자를 더 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정세에 밝아보인 이 간부는 특히 부시 정권 등장 이후 미국의 신냉전정책 기조를 비판하면서도 남한 정부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한의 6·15선언 이행여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 북쪽 노동자도 있었고, 남한의 미전향 장기수가 33명 남아 있지 않느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북한 노동자들은 때로는 지나칠 정도(?)의 개방적 태도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말을 받아주고 사진도 같이 찍고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쪽으로 돌아오는 선상에서 우리는 이번 대회 평가회를 갖고 통일운동의 대중화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이번 5·1절 대회 속에서 남북 노동자들은 통일은 결코 어떤 이념과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갈라진 민족이 하나되는 ‘현실’의 문제라는 생각을 함께 나눴다. 분단세월 50여년이 믿기지 않을 만큼 대화를 나누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농담도 자연스럽게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진정한 통일은 노동자의 손으로

그렇다면 ‘노동자 통일운동’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진정한 통일’은 분단의 고통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노동자가 주도적으로 나설 때 가능하다. 물론 55년의 분단장벽을 허물어뜨리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6·15선언과 금강산 관광의 길을 비록 정부와 재벌이 닦았다 하더라도 그 길을 가서 통일의 역에 도달할 사람은 바로 남북의 민중과 노동자들이다.
통일은 정부나 학생 등 특정세력만이 주도하는 운동이어서는 안 된다. 노동운동 안에서도 ‘민족과 계급문제’의 대립을 극복하고 통일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저지 투쟁과 통일운동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21세기는 통일의 세기이다. 이제 분단으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가 통일을 준비할 때다.
이주호/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사형’ 훈장으로 여길 것”…서울대 로스쿨 교수 경고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232429106_5417682227122231.jpg)
[단독] 김건희 메모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국힘 전당대회 개입 정황

사형 구형 순간 윤석열, 머리 내저으며 웃음…이전까지 여유만만

특검, 윤석열에 사형 구형…“반성 없어, 중형 선고돼야”

특검, 윤석열에 사형 구형…“헌법 수호 책무 져버려”

특검, 김용현에 무기징역 구형…“내란 설계·운용 핵심”

‘서부지법 폭동 배후’ 혐의 전광훈 구속

특검, 조지호에 징역 20년 구형…“내란에 적극 가담”

트럼프 “쿠바에 석유∙자금 지원 더는 없다”…쿠바도 강경 대응

“집 가서 뭘 하겠냐”던 윤석열, 추가 구속했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






![[단독]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이 대통령, 시진핑에 4대사업 제안 [단독]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건설 등…이 대통령, 시진핑에 4대사업 제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3/53_17682661160943_20260113500742.jpg)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9/53_17679679801823_2026010850388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