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독자편지] 734호를 읽고

등록 2008-11-20 10:56 수정 2020-05-03 04:25
<한겨레21> 734호

<한겨레21> 734호

[집중 모니터링] 서투른 응원

기다리던 기사였다. 실물경제와 살림살이 전반의 체감 경제 기사를 기다려왔다. 표지이야기인 ‘I’M Falling’은 부유층 자산가, 대기업, 중소기업, 중산층과 자영업자 등을 차례로 만나봤다고 기사 서두를 꺼낸다. 우선은 강남의 세계 시민들 기사가 이어진다. 주가·환율·부동산 시세 하락에 따른 투기성 자본의 실패담인데 본질적인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MB 정권의 감세정책과 부동산 경기 촉진 정책 등으로 그나마 가장 경제적 타격을 적게 받는 계층이 부유층이라는 건 기사 서두에도 언급이 되고, 또 사실이기도 하다. 인력을 줄이고 산업 구조조정에 초긴축 경영을 준비한다는 기업 이야기는 새로운 기삿거리로 읽히지 않는다.

기획연재 ‘모르는 게 약? 약 모르면 병!’ 기사는 정보 취득의 관점에서도 흥미롭게 읽었다. 식도염이다, 기침이 난다 하면서 이것저것 약을 섞어 먹던지라 뜨끔했다. 서울 남대문 수입상가 의약품 불법 판매 현장 관련 기사는 ‘비아그라’를 기자가 직접 구입하는 현장을 스케치해 흥미로웠다. 후속 보도도 기대가 된다.

최고라 17기 독자편집위원

최고라 17기 독자편집위원

초점 ‘YTN과 , 지독한 데자뷔’ 기사도 ‘고문당한 최 기자’와 현재의 YTN 사이의 아이러니한 데자뷔를 연관지은 점이 인상 깊었다.

사람과 사회 ‘황금 누룽지를 향한 쌀·물·불의 구애’는 기사 내용과 사진만으로도 윤기가 반드르르한 갓 지은 찰진 가마솥 쌀밥이 눈앞에 그려져서 침이 꼴깍 넘어갔다.

레드 기획은 가을이 한층 무르익는 느낌이었다. 낚시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도 잘 읽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서 그런지 현장의 느낌이 잘 살아났다.

마지막으로 인권 OTL 기사를 다시 한 번 읽어본다. 방송사에서 일하는 지인과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꿈’과 ‘열정’으로 채색된 피라미드 안에서, 새벽부터 새벽까지 노동하는 허울 좋은 ‘작가’들. 분명히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들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그럴 시간도 없는 ‘막내들’. ‘지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도 싸워주리라고 믿기 때문에, 이렇게 뒤에서 서투른 응원을 보낸다. 17기 독자편집위원 최고라

‘직격탄 맞은 강남의 세계 시민들’ 댓글

-> 집 없는 거지가 우산 없어서 비를 맞고 있는 귀부인 동정하는 꼴. 씁쓸한 명언. jeongnalja

-> 자칭 진보개혁 세력의 한 사람이고 강남에 산다. 강남은 딴나라인가. 경제가 어려울 때 돈을 쓰는 부자들을 비아냥거리는 기사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어쩌란 말인가. 부자들의 시름은 딴나라 이야기인가. 돈은 돌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kbfria

-> Kbfira/ 기사는 국내 자산가들의 그간의 투자 경향이 현재 경제 상황하에서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지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을 뿐이지, 그들의 소비 행태를 비난하는 뉘앙스조차 발견할 수 없다. leedonx

17기 독자편집위원회 유감

‘진보 향한 칼날도 갈아달라’라는 독자편집위원회 모니터링 기사를 봤다. 전교조 대변인이 교원평가제 도입을 찬성했다가 내부 반발에 사표를 낸 것을 두고 전교조가 ‘관성화’됐다고 지적한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이지 못한 접근이다. 대변인이 집행부의 생각에 반하는 의견을 개진했다는 점은 어느 조직에서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는 근무평점제, 다면평가, 자기실적평가 등 3가지 평가가 이뤄지고 이제는 교원평가제라는 새로운 제도까지 들이고 있다. 교원평가제가 말단 교사들을 옥죄는 또 다른 제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성급히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뤄지는 강의평가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교원평가제다. 학교 교육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모든 내용들을 언급했으면 한다. 창수(thranf)

‘공룡에게 먹힌 꿈…’ 댓글

-> 공개된 장소에서 내 직업의 ‘부족함’에 대해 운운하는 것이 맞나 싶어 의견을 썼다 지웠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용기 없음’이 지금까지 부적절한 환경을 고치지 못하고 더 악화시킨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댓글을 씁니다. 얼마 전, 모 프로덕션에서 8월에 받아야 할 작가고료를 받지 못해 11월까지 매달렸습니다. 다행히 며칠 전에 지급받았지만 왜 이렇게 닦달하냐는 듯한 볼멘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5년차 된 서브 작가입니다. 경력이 쌓여도 프리랜서로서 겪는 부당함은 여전하다는 이야기죠. 계약서 한 장 없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현 상황이 낳은 폐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기사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입니다. 기사가 모든 방송작가, 그리고 방송가의 프리랜서들에 대한 인권 문제로 해석됐으면 합니다. 모든 선배님, 후배님 그리고 동료 작가님들, 오늘도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ever9697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