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독자엽서를 한 움큼 들고 읽기 시작하는데, 간명한 두 문장이 쓰인 편지에 눈이 멈췄다. “촛불시위 기사가 맘에 들었어요. 초등생 인권 문제 기사도 다뤄주세요.” 경북 구미에 사는 11살 초딩의 제언이었다. 심장마저 멈췄지만, 11살 아들을 두고 있는 기자는 곧바로 주인공 조원준(사진 왼쪽 두 번째) 어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과 대화하는 심정으로 ‘취조’에 들어갔다.
조원준(사진 왼쪽 두 번째) 어린이
1. 촛불시위가 뭔지는 아니.
=미국 쇠고기 반대하는 건데 건강에 해로우니 당연하잖아요.
2. 인권 무시당한 적 있어.
=없어요. 아빠가 그렇게 쓰라고 해서.
3. 좋아하는 게임은?
=아빠가 컴 비밀번호를 잠가놔서….
4. 갖고 싶은 것은?
=MP3 플레이어…. 빅뱅의 넘 좋아.
5. 관심 있는 분야는?
=야구요, 삼성 박진만 선수 안타 잘 쳐요. 저도 야구 선수 될 거예요.
6. 가장 행복할 때는?
=당근 야구할 때죠.
7. 가장 힘들 때는?
=…몰라요.
8. 존경하는 사람은?
=간디요. 응, 그 비폭력주의가 더욱.
9. 요즘 어른들 세상에 대해 느낀 점은?
=뭔가 불안해요. 응… 특히 경제가.
10. 오바마 아저씨 알아.
=경제가 살아날 것 같아요. 한국 경제도 함께.
진짜 일문일답으로 끝났다. 명쾌한 대답에 추가 취조를 못하고 우물쭈물한 아저씨의 잘못이다. 당황한 기자는 반칙이지만 아빠를 바꿔달라고 간청했다.
-혹시 아들 답변할 때 훈수 두셨는지?
=아니요, 혼자 생각하며 말하던데요.
-에 바라는 점은?
=경제위기에 대해서 언론이 가감 없이 보도해줬으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거르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도 있어요. 촛불집회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쇠고기가 식탁에 오르고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이 안 된 상황인데,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아쉬워요.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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