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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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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욕망이란 이름의 연필

등록 2008-08-07 00:00 수정 2020-05-03 04:25

▣ qhrud918


초등학교 시절, 이 연필로 숙제를 하기 위해 동생과 자주 싸우고는 했다. 이 연필로 숙제를 한다고 더 잘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또한 연필이 워낙에 큼지막하고 무거워서 글씨 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단점에도 나와 동생 사이에서 이 연필의 인기는 엄청났다. 나와 동생은 이 연필을 ‘왕연필’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때는 어렸기 때문일까? 일반 연필에 비해 크기와 굵기가 2~3배는 되었고 흔하지 않았기에 차지하고픈 마음이 더욱 간절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연필 쟁탈전을 치르는 날은 많았다. 또한 이 연필은 잘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혹 잘못 다루었다가는 머리를 맞는 경우도 있었고 책상에서 떨어뜨렸다가는 발등을 찍기도 했다.

우리 집에 있는 이 연필에는 ‘경축 대구직할시 승격’이라고 적혀 있다. 즉 1981년에 경상북도 대구시가 대구직할시로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필이고 이 연필은 28년째 우리 집에 있는 것이다. 엄마가 아는 분께서 공무원이셨는데 시청에서 나눠준 것을 받아와 간직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관광지 기념품이나 행사 선물로 이런 연필이 많이 사용됐다. 그러나 요즘은 문구점에서나 인터넷 쇼핑으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 또한 최저 500원을 시작으로 천차만별이다.

연필을 보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연필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느꼈다. 연필보다는 샤프나 볼펜에 익숙해지면서 연필을 쓸 일이 적어졌고 그러면서 연필 사용 횟수는 줄어든 것 같다. 문득 연필의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잠시나마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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