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692호 ‘지구 종단 3부작’의 마지막 편을 보고 나니 도저히 잠이 오지 않네요. 고3이 되는 만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 남극의 처절한 속살을 보고 있자니 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 밤, 잠은 다 잔 것 같다는 엽서를 보내온 김진형(18)군에게 연락을 했다. “그날 잠은 잤어요?”라고 묻자 “엽서를 쓰고 나니 더 잠이 안 오더”란다. 서서히 수중도시가 되고 있는 투발루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귀엽고 무력한 펭귄이 아른거렸다고.
그는 전주의 자립형 사립고인 상산고에 재학 중이다. 자신은 학생이며, ‘전쟁 중’이라고 한다. “대입을 코앞에 둔 입시 병사죠. 끊임없이 훈련(공부)하며 적의 동태를 확인한 다음(문제 파악) 간혹 적과 비슷한 가상의 적으로 모의훈련도 하며(모의고사), 결전의 날 하루 동안 수많은 적을 물리치고 와야 합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기숙사에서 지내자니 바깥 소식을 알려줄 매체가 필요했다. 각종 주간지를 쫙 펴놓고 살펴보다가 ‘딱 내 스타일’로 보이는 을 택했다고 한다.
이과생인 그는 과학과 경제 기사에 관심이 많다. 1학년 때는 개인연구 시간에 한 제품의 경제성과 관련해 논문을 써야 했는데 그때 참고문헌으로 을 활용했다. “지도 교수님께 글 솜씨가 좋다고 칭찬을 들었어요. 을 ‘표절’한 부분을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닐까 싶었지요.”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슬쩍 사과도 건넨다.
독자들에게 이란 책도 권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보드게임을 하고 난 것처럼 기분이 한층 ‘업’ 됩니다. 책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읽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놀랄 만한 발상도 있어요.” 함께 전쟁 중인 고3 학생들이 참고할 만하다. “도 보고 나면 창조적 발상이 머릿속에서 움찔움찔 움직이는 느낌이 듭니다. 남다른 아이디어, 참신한 시각으로 허점을 찌르는 기사가 좋습니다.” 전쟁 중에도 ‘눈 뜨는 순간부터 눈 감는 순간까지 화끈한 삶’을 살겠다는 한마디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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