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연 충남 천안시 쌍용1동
수년간 정리를 포기하고 방치해뒀던 집 뒤켠의 창고를 새해를 맞아 큰맘 먹고 정리하기로 했다. 커다란 창고는 아니지만 너무 무관심했던 탓에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마치 도깨비집 같은 분위기였다.

마른 먼지 먹어가며 한참을 정리하던 차에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다. 할아버지의 유품인 쌍안경. ‘이게 왜 여기 있을까?’ 오랫동안 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던, 하지만 할아버지와의 아련한 추억을 머금고 있는 물건인데 왜 이렇게 무심하게 내팽개쳐버렸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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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할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올라타 쌍안경으로 시골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며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겼던 나와 그런 모습을 참 예뻐해주셨던 할아버지. 하루는 할아버지께서 “그 속에 뭐가 보이니? 그게 그렇게 좋아?” 하고 물어보셔서 별 생각 없이 “그냥 멀리 있는 게 잘 보여서 좋지”라고 대답하면서 여전히 눈은 쌍안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게 진짜 좋은 이유가 뭔지 아니?”
“아니, 몰라.”
“쌍안경이 좋은 이유는, 멀어서 지금 당장은 갈 수 없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마음속으로 먼저 가보고, 잠시 동안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란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달을 쳐다보다가 결국 달에 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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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마음에 그게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쌍안경에 대해 나눈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였던 것 같다.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할아버지는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 쌍안경은 우리나라 기술로 가장 처음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의 얼리어답터였던 우리 할아버지, 쌍안경 속에 있는 무엇을 보고 계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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