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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엄마·아빠의 ‘청춘’

등록 2007-11-23 00:00 수정 2020-05-03 04:25

▣ 박수정 대구 달서구 감삼동

대구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의 ‘나의 오래된 물건’을 보며 내겐 어떤 것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내게도 보고 있으면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고 다른 어떤 것보다 오래 간직하고 싶은 물건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바로 엄마·아빠의 젊은 시절 사진이다.

이 사진은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앨범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엄마·아빠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1985년에 찍었다는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당시 한창 유행이었을 것 같은 뽀글이 파마를 한 엄마와 바가지 머리를 한 아빠는 참 예쁘고 멋있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긴 시간 생각에 빠졌다. 무언가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슬픈 감정이 치솟아올랐다.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모습의 엄마·아빠를 보니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엄마·아빠의 젊음을 빼앗아버린 기분이었다. 엄마·아빠에게도 이렇게 젊고 활기찬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직 우리 삼남매를 위해 힘들게 일하시는 모습과 매우 달라 보였다. 속으로는 얼마나 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실까. 주중에 힘들게 일하신 만큼 주말에 두 분이 영화라도 보러 가시라고 떠밀지만 요새는 도통 귀찮다고만 하신다. 그런 엄마·아빠에게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돌려드리고 싶다.

이 사진은 내가 20대가 되고 30대가 돼도 언제까지나 품에 간직할 것이다. 우리를 위해 한평생 희생하시는 부모님의 마음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 글이 에 실리면 부모님께 꼭 보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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