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산(ktjmms)
6월항쟁의 승리로 들뜬 1987년 신촌의 거리, 당시 서울 신촌로타리에서 이화여대 입구 쪽으로 가다 보면 ‘이화예술극장’이라는 소극장이 있었다. 오늘날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당시는 적은 좌석 수로 빌딩 한 층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소극장이 유행이었다. 그때 누구랑 같이 갔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아마도 여학생이었을까?) 그곳에서 황신혜·안성기가 주연한 배창호 감독의 영화 을 보았다. 여주인공 황신혜는 정말 예뻤다(지금도 여전히 예쁘지만).
![](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65/319/imgdb/original/2007/1101/02103800012007110111_2_1.jpg)
당시에는 영화관에서 명함같이 생긴 영화홍보 인쇄물을 주곤 했는데, 한쪽에는 영화 주인공이나 영화 장면이 나와 있고 다른 쪽에는 달력이 인쇄돼 있어 한동안 지갑에 넣고 다니면 유용했다. 그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홍보물을 집어 지갑에 넣었는데, 거기에 박혀 있는 황신혜의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 날카로우면서 지적인 얼굴에다 야릇한 노려봄이라니…. 그렇게 지갑에 넣고 다니며서 가끔 한 번씩 꺼내본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지갑 뒷면 달력에 1987년 7월부터 10월까지 나와 있는 걸 보니 아마 그 영화를 본 게 1987년 7월쯤인 것 같다. 달력 중간에는 당시 가요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섹시한 댄싱 퀸’ 김완선의 스티커 사진도 붙어 있다.
이제는 40대 중반의 중늙은이가 되었지만, 지금도 지갑에서 너덜너덜해진 이 ‘오래된 물건’을 한 번씩 꺼내서 보면 황신혜의 환상에 젖고, 김완선의 자태에 넋을 잃던 그 피 끓던 20대로 다시 돌아간 듯하다. 아, 그런데 왜 황신혜와 김완선은 늙지도 않고 아직도 이렇게 중년의 가슴을 태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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