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이혜인입니다. 지난번에 저희 쌍둥이 언니(수인)가 공무원 찾기에 응모를 했는데 아쉽게도 당첨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동생인 제가 큰맘먹고 다시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이수인·혜인(12) 자매와의 만남은 이렇게 엽서 한 장으로 시작됐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씩씩하다. “혜인양인가요?” “아니요, 수인인데요.” 그는 동생이 엽서를 쓸 때 옆에 없었단다. 동생이 엽서에 언니 얘길 적은 거 아냐고 물으니 웃으며 “기분이 별로”란다. 엽서에 적은 내용을 보니 둘 다 참 똑똑한 것 같다고 칭찬을 하자 쑥스러워하며 “공부는 별로”란다.
자매는 좋아하는 과목이 똑같이 ‘사회’다. “엄마가 사회는 책 많이 읽으면 어렵지 않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정말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사회가 재밌어요.” 가끔 의 ‘어려운’ 경제 기사에서 스쳤던 내용이 교과서에 나오기도 한다고. 따지고 보면 진정한 정기독자인 아버지 이성한(42)씨는 “ 기사를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자매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학원을 다니면 쉴 시간도 없잖아요. 그냥 학교 끝나면 학습지만 하고 책 읽고 그러는 게 좋아요. 모르는 게 있을 때는 학교 선생님인 엄마한테 묻고요.” 든든한 엄마가 있어서인지 앞으로도 학원은 다니지 않을 거란다. 최근에 기억나는 기사는 단연 영화 기사. 그중에서도 를 다룬 기사를 꼼꼼히 보았다고. 아버지는 “귀농 10년을 돌아본 기사가 좋았다”고 거든다.
아이들이 2학년이었을 때 집에서 어른들 모임을 하는데 아이가 을 읽다가 대뜸 “아빠, 게릴라가 뭐예요?” 하고 질문을 해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그때 “다른 집들도 을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이렇게 수준이 높아집니다”라고 마무리를 했다는 아버지. 지역 시립도서관에서 ‘책 읽는 가족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니 앞으로도 쌍둥이 자매는 집에서 건강하게 읽고 토론하며 자라날 것 같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어른 김장하’ 장학생 문형배, 자폐아 키우며 세상 이해한 김형두 [영상]
‘죽은 윤석열’ 누가 먼저 버릴까, 극우? 국힘? 검찰? [4월7일 뉴스뷰리핑]
‘이진숙 임명’ 신동호 EBS 사장 취임 제동…법원 “집행 정지”
윤석열, 파면 나흘째 관저에 버티기…“증거인멸 가능성 커져”
헌재 “한덕수, 마은혁 임명할 헌법상 의무 있다” 국회에 답변
경남 하동군 산불 확산…옥종면 주민 대피령
[단독] 헌재, 프린트도 안 썼다…선고요지 보안 지키려 ‘이메일 보고’
‘그 짝에 있는 건 다 달아요’ [그림판]
시민단체 “전광훈 구속해야”…경찰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한덕수, 내란문건 봉인하나… ‘대통령기록물’ 되면 최대 30년 비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