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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정기독자] 쌍둥이 자매의 사회 공부법

등록 2007-09-21 00:00 수정 2020-05-03 04:25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이혜인입니다. 지난번에 저희 쌍둥이 언니(수인)가 공무원 찾기에 응모를 했는데 아쉽게도 당첨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동생인 제가 큰맘먹고 다시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이수인·혜인(12) 자매와의 만남은 이렇게 엽서 한 장으로 시작됐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씩씩하다. “혜인양인가요?” “아니요, 수인인데요.” 그는 동생이 엽서를 쓸 때 옆에 없었단다. 동생이 엽서에 언니 얘길 적은 거 아냐고 물으니 웃으며 “기분이 별로”란다. 엽서에 적은 내용을 보니 둘 다 참 똑똑한 것 같다고 칭찬을 하자 쑥스러워하며 “공부는 별로”란다.

자매는 좋아하는 과목이 똑같이 ‘사회’다. “엄마가 사회는 책 많이 읽으면 어렵지 않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정말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사회가 재밌어요.” 가끔 의 ‘어려운’ 경제 기사에서 스쳤던 내용이 교과서에 나오기도 한다고. 따지고 보면 진정한 정기독자인 아버지 이성한(42)씨는 “ 기사를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자매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학원을 다니면 쉴 시간도 없잖아요. 그냥 학교 끝나면 학습지만 하고 책 읽고 그러는 게 좋아요. 모르는 게 있을 때는 학교 선생님인 엄마한테 묻고요.” 든든한 엄마가 있어서인지 앞으로도 학원은 다니지 않을 거란다. 최근에 기억나는 기사는 단연 영화 기사. 그중에서도 를 다룬 기사를 꼼꼼히 보았다고. 아버지는 “귀농 10년을 돌아본 기사가 좋았다”고 거든다.

아이들이 2학년이었을 때 집에서 어른들 모임을 하는데 아이가 을 읽다가 대뜸 “아빠, 게릴라가 뭐예요?” 하고 질문을 해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그때 “다른 집들도 을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이렇게 수준이 높아집니다”라고 마무리를 했다는 아버지. 지역 시립도서관에서 ‘책 읽는 가족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니 앞으로도 쌍둥이 자매는 집에서 건강하게 읽고 토론하며 자라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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