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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아, 야구장 가고 싶다!

등록 2007-08-31 00:00 수정 2020-05-03 04:25

▣ 문지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저는 휴가 때 집보다 야구장을 먼저 갈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군인입니다. 16년차 베테랑 야구팬의 시작은 제가 4살 무렵 아버지께서 사다주신 어린이 야구용품이었습니다. ‘얼음땡’과 ‘무궁화 꽃이 피는’ 것이 전부였던 제 놀이는 야구로 인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들어섰지요. 저 비닐 글러브를 끼면 유지현이 되었고, 저 플라스틱 방망이를 들면 김재현이 되었습니다. (저는 LG 어린이 회원 출신입니다.) 날마다 집 안팎을 가리지 않고 공을 뿌려댔고, 그렇게 잃어버린 공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께선 이런 선물을 해주신 죄로 늦은 밤까지 공이 잘 보인다고 우기는 저의 연습 상대가 돼주셔야 했고, 어머니께선 공터에서 연습 중인 저에게 집에 들어오라고 날마다 소리치셔야 했습니다. 점차 커가면서 아버지는 제 몸에 맞는 가죽으로 된 야구 글러브와 방망이를 사주셨고,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 경기를 하면서 닳아버린 글러브와 방망이는 옷장 한구석에서 잠자게 되었습니다. 가끔 이 글러브를 보면 이 작은 물건 하나가 얼마나 많은 걸 바꿀 수 있었나 하는 생각에 가슴 한복판이 쩌릿해집니다.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전 학과 야구동아리에 가입해- 이 동아리가 제 대학 선택에 조금은 영향을 미쳤다는 건 눈치채셨겠지요- 때로는 투수로, 때로는 1루수로, 입대하기 전까진 포수로 눈부신 활약(?)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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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한창 주가를 올리는 야구를 보며 요즘 어린이들은 어디서 공이나 한번 제대로 던지며 노는지 궁금합니다. 글러브와 공이 있어도 던질 공간도, 던질 시간도 넉넉히 허락지 않는 세상이 아쉽습니다. 요즘 날이 맑아 먹을 것 싸들고 야구장 가기 딱 좋습니다. 틈이 나 부대 안에서 몇 자 적어봅니다. 아, 야구장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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