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영 대전시 서구 월평동
낚시를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따라서 한 살 위의 형과 네 살 아래인 동생, 가족 모두가 낚시터에서 취사할 때 사용하던 버너가 생각났다. 석유통은 황동이고 삼발이가 있던, 알코올로 예열을 하고 불이 붙으면 쉬~이 소리를 내던 버너. 지난해 이맘때 인터넷 카페를 검색하다가 버너 관련 카페에서 아버지가 쓰시던 버너를 보았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종류의 버너를 발견했는데 20~30년에서 길게는 40~50년 된 것들이었다. 순간 묘한 향수를 느끼게 되었고, 그때부터 옛 석유 버너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다음날 작업실의 먼지를 털어가며 30여 년이 지난 아버지의 버너를 찾아 작동해봤지만 불을 붙일 수 없었다. 안타까웠다. 며칠에 걸쳐 구조를 파악하고 카페의 도움을 받아 석유를 붓고 불을 붙이니 어릴 적 보았던 파랗고 빨간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불꽃은 그 속에 빠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뒤 집사람의 핀잔을 들으며 하나둘 모은 버너가 이젠 20여 개, 정말 버너를 통해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아날로그의 향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는 데 힘을 다할 것이다.
버너의 역사도 알게 되었는데, 스웨덴의 옵티무스, 스베아, 오스트리아의 호에브스, 미국의 콜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들 속에서 여러 종류의 국산 버너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종류와 수량이 가히 범세계적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250여 종이나 됐다. 한국인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세계적 손재주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순수 예술작품은 아닐지 몰라도 그 당시 버너를 만들던 장인들은 분명 예술가였을 것이다. 조각가가 소조 작품을 브론즈(청동)로 완성하는 것과 같은 재료이어서 그럴까? 나는 더욱 애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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