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회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벌써 15년 전이네요. 취직해서 자취하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께서 손수레에 뭔가를 낑낑 끌고 오셨습니다. 누군가 아파트 단지에 버리고 간 세탁기였죠. 뭘 또 갖고 오셨나 시큰둥했는데 자취하면서 막상 써 보니 좋더라고요.

세탁기 이름은 ‘백조’. 금성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팔던 세탁기라더군요. 요즘은 이불 빨래도 하는 용량 큰 세탁기가 흔하지만 백조는 2~3kg이 최대 용량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막상 돌려보면 그 성능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탁과 탈수통이 따로 달려 있어서 세탁을 한 뒤 탈수통으로 옮겨 담아야 하지만(이렇게 세탁과 탈수가 분리된 세탁기는 국내에선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습관이 되니까 불편한 줄 몰랐습니다. 2년 전쯤 탈수통이 고장나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고객센터에 서비스 신청을 했는데 접수받는 분이 그런 모델은 접수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결국 제가 손을 봐서 쓰고 있습니다.
요즘 세탁기는 센서를 많이 달아놔서 조건이 조금만 안 맞으면 ‘삐삐’거리고 작동이 안 되는데 백조는 물이 좀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그냥 대충 누르면 잘 돌아갑니다. 요즘도 가끔 “저걸 어떻게 들고 올 생각을 했나 몰라” 하시며 “그때만 해도 젊었지” 하시는 어머니. 세월에 장사 없다고 백조도 살살 녹이 슬어가는데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녹슬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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