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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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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거울아 거울아 우리 딸 예쁘지?

등록 2007-06-15 00:00 수정 2020-05-03 04:25

▣ 이옥출 부산시 사하구 신평2동

내게는 분신처럼 아끼는 애장품이 하나 있다. 어른이 쓰기엔 좀 우습고 사소해 보이는 물건이지만 내가 요조숙녀가 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바로 화장거울이다. 이 거울은 30여 년 전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어머니께서 사주신 것이다. 시장에서 나의 생일 선물을 고르던 중 이 거울이 눈에 띄어 샀다고 한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입학 기념 선물이자 생일 선물인 셈이다. 이 거울을 보며 여성으로 아름답게 자라라고 사주셨다.

나는 어머니께서 사주신 이 화장거울을 보며 외모를 가꾸고 마음까지 닦았다. 예쁜 꽃무늬가 있어서 무척 좋아했고 틈틈이 거울을 보며 미래의 사랑을 꿈꾸었다. 거울 덕분에 나는 예쁘다는 얘기를 수시로 들으며 사춘기를 거쳐 어엿한 어른으로 컸다. 이제는 결혼해 딸과 아들까지 둔 엄마가 되었다.

요즘은 이 화장거울보다 훨씬 근사한 거울이 많이 나오겠지만 나는 어머니의 사랑이 깃들어 있고 나를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요조숙녀로 만들어준 이 화장거울을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딸에게도 물려줄 생각이다. 딸아이가 싫어하면 그냥 내가 사용할 것이다. 지금도 화장대 위에 고이 얹어두고 화장할 때 보곤 한다. 거울 밑에 조그만 서랍이 있어 반지나 작은 물건을 보관하기도 좋다.

어른이 장난감 같은 거울을 보는 게 좀 우습지만 나의 소중한 추억이 스며 있고 아양떨던 시절의 자화상이 비치고 있어 할머니가 될 때까지 보관하며 사용할 것이다. 딸아이와 번갈아가며 쓰면 모녀간의 정도 깊어질 것이다. 딸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알았는지 싫어하지는 않는다. 나의 딸아이도 이 미니 화장거울을 보며 선녀처럼 아름다운 요조숙녀로 자랄 것으로 믿는다. 딸아이의 책상 위에 올려진 미니 화장대는 나의 딸아이를 백설공주처럼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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