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돈
“여보, 불안해. 이제 바꾸자!”
겨울이 되니 아내의 애원 반, 푸념 반 섞인 사설이 다시 나온다. 지난번 출근길에 우리 애마인 ‘은하수’가 대포 소리 내며 주저앉은 다음부터 부쩍 더 그런다. 사설 끝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게 진짜 아름다운 거야.” 그래, 아내의 말도 일리가 있어. 이젠 진짜 ‘은하수’의 은퇴를 생각해봐야겠구나.
너를 만난 지도 벌써 13년이구나. 살인 면허(최단기간에 딴 면허를 지칭)를 얻자마자 너를 데려왔지. 하지만 겁나서 너를 데리고 다니지 못한 것 기억하니? 액셀과 브레이크, 클러치를 번갈아 밟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였지. 처음 너를 몰고 길에 나왔던 날 주차를 못해 결국은 지나가는 차를 세워 부탁했지. 너, 그날 속으로 많이 웃었지?
네가 처음 상처를 입은 게 어디였더라? 맞아, 집이었지. 세차한다고 후진하다 문설주에 ‘부우욱’ 하고 긁혔지. 네 옆구리에 난 생채기를 보며 얼마나 속상했는지…. 내 몸 다친 것보다 더 괴로웠어!
아프신 어머니를 모시고 지리산 요양원을 찾아가던 날, 간이 쉼터에서 먼 산을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허허로운 모습 생각나? 아마 너도 나처럼 속울음을 삼켰을 거야.
네가 없었으면 아내와의 연애가 가능했을까? 남의 이목을 피해 한밤의 바닷가를 찾을 때 네가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었지. 바닷가 한쪽에서 무심히 서 있는 동안 넌 무슨 생각을 했니?
그렇게 결혼을 하고 태어난 아이들이 너를 타면서부터 네가 부쩍 나이 먹은 티를 내게 된 것 같아. 그래도 우리 귀여운 두 아이, 솔과 결을 원망하진 않겠지? ‘은하수’란 애칭을 붙여준 게 그 애들이잖아.
은하수야, 돌이켜보니 너는 내 삶의 말없는 동반자였구나!
며칠 전 드디어 나는 아내에게 백기를 들고 새 차를 계약했다.
은하수! 아니, 프라이드! 그동안 참 고마웠어.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남은 꽃 떨어져” 이토 히로부미 친필 한국서 발견…친일파가 보관

정부 “이스라엘에 유감…이 대통령 인권 신념 잘못 이해해”

한동훈, 조국 하남 출마설에 “부산 피하더니 거기가 험지냐?”

종전 협상, 파키스탄 통해 의제 조율…이란 ‘4가지 레드라인’ 제시

최대 60만원 ‘고유가 지원금’ 27일 지급 시작…8월까지 사용해야

미-이란, 종전 협상 시작…개전 43일 만

미국인 교황, 트럼프 궤변 겨냥…“하느님은 전쟁 축복하지 않아”

박형준, 주진우 꺾고 국힘 부산시장 후보…전재수와 대결

“10시 이후에 출근”…정부, 노인일자리 ‘출·퇴근 시간’ 조정한다

업무시간 술마시고 노래방…대법, 오창훈 부장판사 사직서 수리

![[단독] 에어건 ‘장기 손상’ 피해자 “사장, 내가 괴로워하자 만족한 듯 웃어” [단독] 에어건 ‘장기 손상’ 피해자 “사장, 내가 괴로워하자 만족한 듯 웃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410/2026041050121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