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휘관
80년대 대학교를 다닌 사람으로서 요즘 자괴감을 많이 느낀다. 한때 자랑스럽게 부르던 ‘386’이란 말이 이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재 사회 곳곳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대 역시 386세대라고 생각한다.
386세대의 중간에 있었던 우리 대학 동기들은 1989년, 졸업을 앞두고 뭔가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학교에서 만들어주는 획일적이고 재미없고 딱딱하고 생기도 없는 졸업앨범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기획을 해 졸업앨범을 만들기로 했다. 직접 사진을 찍고 목차를 짜고 내용을 구성했다. 술과 담배, 남자(여자), 전공에 대한 생각, 친구에게 보내는 글 등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주제도 있지만 참 정성스레 한 코너 한 코너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펼쳐보면 당시 풋풋했던 젊은 시각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앨범 속에는 나체의 돌 사진부터 어릴 때 고향에서 찍은 사진, 군 복무 중 찍은 사진, 한껏 멋을 부려 얼짱 각도로 찍은 사진 등 각자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개성을 마음껏 발휘한 글로 자신의 공간을 완성하고 났을 때의 그 애틋함이란. 단체 공간은 정들었던 교정에서 찍은 단체사진과 수학여행, 졸업여행 등에서 찍었던 단체사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의 대학 생활의 전부가 오롯이 담겨 있는 이 앨범은 앞으로도 내 보물 1호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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