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희
벌써 20년 전 이야기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인터넷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던 그 시절에 많은 학생들이 밤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공부(하는 척)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책상 앞에 앉아 라디오를 켜놓다가 나는 음악과 만났다.
처음으로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그 시절에, 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사이먼&가펑클, 아바로부터 시작해서 레드 제플린과 메탈리카까지 접할 수 있었다.
음악과 가까워지면서 용돈을 쪼개고 쪼개 음악 테이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작은 방에 들어앉아 밤을 새워가면서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이 라디오로 음악을 들었다. 녹음 기능도 있는 이 라디오에 공테이프를 넣고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공개방송을 열심히 녹음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녹음한 테이프 역시 두고두고 키득키득 재밌어하며 여러 번 들었다. 좋아하는 곡의 목록을 만들어서 동네 레코드점에 가져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레코드점의 아저씨는 그 곡들을 공테이프에 녹음해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다시 그 테이프를 들으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이 라디오는 그렇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와 함께한 물건이다. 10대의 중·후반을 함께하고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내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새 물건이 오래된 물건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순리인 듯 이제는 이 라디오를 마지막으로 작동시킨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은 감히 처분할 엄두가 나지 않는 물건이다. 이 라디오가 사라지고 나면 10대 시절이 기억에서 지워질 것 같아 두렵고, 다시는 그 시절을 돌아보지 못할 것 같아 아쉽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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