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시사에 빠삭하고 국제적 시각을 가진 중국 전문가가 되고 싶다.” 심지연(27)씨가 3년 전, 동생 앞으로 배달된 을 냉큼 집어들었던 까닭이다. 통번역대학원을 준비하겠다며 외국어 공부만큼이나 시사주간지 독파에 열을 올렸던 날들이 켜켜이 쌓여, 이제 그는 자신의 계획대로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시험 준비를 위해 보기 시작했지만 볼수록 기사 속의 한국어 표현들이 주옥같아 좋았어요. 그래서 같은 전공자들에게도 을 권해요. 통번역을 하려면 한국말부터 수려하게 구사해야 하니까요.”
언어에 관심이 많다 보니, 각종 언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 630호 특집 기사 ‘아름다운 지구촌 말글 이야기’에 눈길이 갔단다. 박노자씨의 ‘한자만 나오면 자아분열’도 읽고 매우 공감했다고. “한때는 순 한글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인이 한자까지 우리의 일부로 인정하면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한자도 우리 문화의 일부이자 우리 고대의 문자이니까요.”
전공자답게 최근의 대리번역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우리나라의 번역자 대우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번역 작업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보수는 터무니없이 적고 그나마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 권을 번역하려면 원작가 이상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책을 소개할 때도 유명인이 아닌 경우 옮긴 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때가 많죠. 우리 사회의 이러한 풍토가 를 낳은 게 아닐까요.” 이제는 지하철에서도 을 읽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왠지 눈길이 한 번 더 가고 말도 걸어보고 싶다는 그의 표정에서 조만간 지하철에서 무슨 일을 낼 듯한 기운을 감지해본다. “이것도 하나의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을 읽는다는 사람은 생각이 통할 것 같아 다시 보게 됩니다.”(심지연씨를 은근히 마음에 두셨던 분들은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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